📌 이럴 때 추천해요 : "특이하다고 생각되는 인간 군상에 대한 설명서가 필요할 때"

01 .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다른 책에(?) 있습니다. 바로 작년 하반기에 읽었던 ⟪일론 머스크⟫ 전기가 큰 몫을 했기 때문이죠.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던 책이지만 평범한 사람이 바라보기엔 무척 기괴한 지점들도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면 테슬라나 스페이스X 혹은 페이팔의 초창기 이야기들을 더욱더 깊이 파고 싶어질 줄 알았는데 실제는 그 반대였거든요. 오히려 일론 머스크라는 사람이, 아니 정확히는 그런 부류에 속하는 특이점을 가진 인간들이 훨씬 궁금해졌으니까요.

02 . 그러다 올해 들어 첫 책으로 고른 ⟪광기와 천재⟫라는 작품이 그 질문에 일말의 해답이 되어주었습니다. (한 해를 시작하기에 읽는 책 치고는 매우 특별한 분위기의 책이지만 그래도 매우 흥미롭고 좋은 책임은 분명합니다.)

⟪광기와 천재⟫는 2000년대 중반에 쓴 고명섭 작가의 동명 작품을 개정판으로 엮어 새로 출간한 책입니다. 대학시절 한 번 읽어봐야지 싶었는데 그 당시 절판되어 구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최근 서점 한켠에 자리한 서양철학 코너에서 인상 깊게 리뉴얼 된 표지를 보고서 '이때다' 싶어 냉큼 구매를 하고 말았죠. 그 옛날 읽어보고 싶었던 책과 약 15년 만에 재회를 한 겁니다.

03 . 이 책은 좋게 말하면 역설적인 인간들, 나쁘게 말하면 미친 인간이자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군상들의 내면을 고찰한 책입니다.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 역시 미셸 푸코, 프란츠 카프카, 비트겐슈타인, 나쓰메 소세키 등 심상치 않은 자들이고 여기에 심지어 아돌프 히틀러도 포함되어 있죠. 맞습니다. 타인과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침은 물론이고 스스로를 광기로 몰아넣기도 했던 사람들입니다.

04 . 저자인 고명섭 작가는 말합니다. '문제적 인간들은 우리에게 문제를 던진다'고 말이죠. 그들의 기이함을 따라가다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절벽 같은 순간 앞에서 걸음을 멈출 때도 있지만 어느 대목에서는 '나도 이런 감정이 가끔씩 돋아날 때가 있는데'라며 스스로를 성찰하게 되는 지점과도 마주칩니다. 그러니 특별하거나 특이한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일 수 있는 어느 지점이 특정한 캐릭터와 만났을 때 어떻게 폭발하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한 책이기도 합니다.

05 . 저는 최근 선보이는 인물평전이나 자서전들이 너무 자극적으로 쓰이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만큼 개성 있는 인물들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그렇게 주목받도록 만들어야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06 . 그런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런 책은 좋은 해설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지금의 시대라고 루소 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리 없고, 히틀러 같은 광기가 순한 맛으로 표현될리 없으니 말이죠. 한 인물에 주목해 그의 인생을 들여다봤으면 이제 그의 인생을 바탕으로 인간의 군상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해보는 겁니다.

07 . 모든 이의 입맛에 맞는 책은 아닐 수 있지만 한 권쯤 소장하고 있다가 손이 갈 때마다 조금씩 읽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책 보면 얼른 사고 싶어지더라고요. (해당 출판사에는 죄송하지만...) 언제 또 절판될지 모르고, 언제 또 읽을 기회와 마주칠지 모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