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기자의 사람이니까 경영이다] 보스가 말이 많은 팀은 성과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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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면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다. 회의 참가자들이 말하는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1시간 회의를 한다 치면, 부장은 몇 분, 과장은 몇 분, 대리는 몇 분, 사원은 몇 분씩 말하는지 시간을 재고 싶다.
아마도 대부분의 기업에서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부장이 가장 많은 시간을 말하고, 사원은 침묵할 것이다. 내 경험을 돌이켜 봐도 그렇다. 수습 기자일 때는 침묵했고, 차장일 때는 말을 더 많이 했다. 왜 그럴까?
직급이 높을수록 말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권력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직원을 자기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내뜻대로 타인을 움직이는 데에서 짜릿한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권력욕이 강한 보스일수록 말이 많아지는 것도 그래서다. 그러면 직원들의 발언은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권력욕이 약한 보스, 다시 말해 타인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고 싶은 의지가 약한 보스일수록 회의에서 말을 덜 한다. 당연히 직원들의 발언 기회가 늘어난다.
문제는 보스의 말이 늘어날수록 팀의 성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말이 많은 보스는 자신이 팀 성과를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억측이라고 하지 말라. 충분한 근거가 있다.
프란세스카 지노 하버드 대학 교수팀이 쓴 <권력이 타인의 입을 닫게 만들 때 (Power makes Others Speechless)>라는 글에 나오는 얘기다. 지노 교수팀이 3개의 실험을 실시한 결과, 한결 같이, ‘권력의지가 강한 보스➡️보스의 말이 많아짐➡️보스의 개방성 저하➡️팀 소통 악화➡️팀 성과 저하’의 순서를 따랐다.
지노 교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권력을 쥔 리더들은 말이 많아진다. 이는 타인의 의견에 개방적이지 않다는 신호가 된다. 결국 팀 전체의 성과가 낮아진다“고 말이다.
3개 실험 중 하나를 소개한다. 서던 캘리포니아 대학교 학생 100여 명이 5명씩 20개 팀을 짰다. 팀원들은 각자 리더, 사진가, 의사, 환경 전문가, 마라토너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는 팀 별로 에베레스트 등정 시뮬레이션을 했다.
학생들은 날씨, 팀원의 건강, 보급품 상황 등을 분석하고 토론했다. 산소통 등 보급품을 어떻게 배분하고 사용할지, 어떤 루트로 산을 오를지 등을 결정했다. 각 팀은 80분 동안 8차례 시뮬레이션을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리더로서 권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학생이 리더를 맡으면 팀 내에서 리더의 발언 비중이 높아졌다. 그렇지 않은 리더의 1.75배였다. 타인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기 위해 그만큼 말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리더는 팀원들에게 폐쇄적이 됐다. 리더가 새로운 아이디어에 개방적인지, 제안을 수용하는지, 팀원의 아이디에게 관심을 보이는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거부하는지, 제안을 기각하는지 등 5개 항목에 대해 팀원들이 점수를 매겨 리더의 개방성을 평가했다.
권력의지가 강한 리더들은 7점 만점에 4.84점, 그렇지 않은 리더들은 5.37로 나왔다. 권력의지가 강한 리더들은 다른 팀원의 말에 귀를 닫았다는 뜻이다. 이들은 다른 팀원들을 위협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팀원이 내는 제안을 수용하면 자신의 권위가 손상된다고 느낀다. 그래서 점점 더 폐쇄적이 된다.
그 결과, 리더의 권력의지가 강한 팀은 성과가 낮아졌다. 성과 달성 수준이 59%에 불과해 그렇지 않은 팀(76.2%)보다 훨씬 낮았다. 결국 권력의지가 강한 리더가 있는 팀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덜 나오고, 새로운 제안이 덜 채택되면서, 성과가 낮아지는 거였다.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입을 다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계층제가 강하고 직급간 권력 격차가 기업에서는 더욱 그래야 한다. 부장이 되고, 임원이 되면, 팀 성과를 위해 입을 더욱 더 다물라.
지금 시계를 보니 오전 8시가 좀 넘었다. 아마도 이 순간 사무실에서 오전회의 준비에 바쁜 직원들이 많을 것 같다. 사원은 1시간을 준비했어도 말 한마디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부장은 10분을 준비해놓고 회의 시간 내내떠드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회의 풍경은 천차만별이겠지만, 팀 성과를 생각하는 보스라면, 말을 많이 하지 말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많은 것을 아는 박학다식한 분들이 있다. 훌륭한 일이다. 그런데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대화의 주제에 도움이 되건 말건 쏟아내는 모습을 본 후에는 가깝기보다는 거리를 두고 싶은 존경심이 된다.” 리더의 자리에 있고, 아는 게 많을수록 말하기보다는 듣는 게 중요하다. 스스로를 경계하는 리더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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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8일 오후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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