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타트업에서 제품팀을 운영할 때 애자일 방법론과 스쿼드 체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스쿼드 체제로 운영하는 제품팀의 PO(Product Owner)로 일한 경험을 기반으로, 실무자와 관리자 각각의 관점에서 느낀 것들을 공유드리고자 합니다.
2. 현 회사에서 PO로 1년 8개월 동안 2개 스쿼드를 맡았고, 지금은 3번째 스쿼드를 맡고 있습니다. 팀원은 총 4명(PO, PD, FE, BE), 월 이슈 처리 개수는 60~70개, 작년 스쿼드 성과는 매출액 YoY 3X+, 현 스쿼드의 KPI 성장률은 최근 3개월 CMGR 47%입니다. 1주 단위 스프린트를 기본으로 일하되, 즉각 대응이 필요한 이슈는 우선적으로 처리합니다.
3. PO로서 느낀 스쿼드 체제의 가장 큰 장점은 ‘속도’입니다. 속도는 제품 개발 속도를 의미합니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팀원끼리 논의하고, 개선안을 만들고, 배포합니다.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를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임팩트 있는 일들부터 처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제품이 빠르게 성장하게 됩니다.
일례로, 프로모션 시 빠른 대응으로 폭발적인 성과를 냈던 적이 있습니다. 해당 프로모션은 높은 할인율로 인기가 많았는데, 많은 고객들이 할부 결제를 원했음에도 어드민에 할부 결제 기능이 없었습니다. 다른 개발 건들이 진행되고 있었으나 할부 결제 기능 개발의 우선순위가 높다고 판단해 빠르게 개발했고, 해당 월에 매출 MoM 72%를 달성했습니다.
4. 이에 반해, 스쿼드 체제의 가장 큰 단점은 ‘백업의 부재’입니다. 팀원이 퇴사하면 스쿼드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없습니다. 신규 팀원 충원이 늦어지는 경우도 많고, 타 팀원을 대체 인력으로 운용하여도 스쿼드가 이전만큼 퍼포먼스를 낼 수 없습니다. 스쿼드 조직의 구조상 한 명에게 큰 역할과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인적 자원에 취약합니다.
제 스쿼드의 경우, 개발자 2명이 모두 병역특례를 이유로 3주 훈련을 통지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기간은 겹치지 않았으나 서로가 담당하는 영역이 달라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1명은 대체 인력을 운용할 수 있어 훈련을 갔지만, 1명은 훈련 일정을 연기해야 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5. 실무자 입장에서 스쿼드 체제로 운영되는 애자일 조직은 만족스러웠습니다. 다만, 조직 운영의 관점에서 '애자일 조직이 좋은가?'에 'YES'라고 답하긴 어려웠습니다. 이 운영 방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즉 ‘속도’라는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들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6. 애자일 조직은 크게 조직적 지원과 높은 수준의 개인 역량을 필요로 합니다.
7. 조직적 지원은 경영진의 의지, 스쿼드-독립적인 제품 개선 전략 및 개발 우선순위 의사 결정 권한, 독립적인 인력 구성, CI/CD를 비롯한 DevOps지원 등을 뜻합니다. 체제는 스쿼드인데 업무는 기능팀처럼 하거나, 스쿼드에 의사 결정 권한을 주지 않거나, 모놀리식 아키텍처여서 상시 배포가 되지 않거나, 한 명이 여러 스쿼드에 배정되어 리소스가 분산되는 등 속도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회사 곳곳에 있습니다. 조직적 차원에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원하는만큼 빠른 속도를 내는 애자일 조직이 되기 어렵습니다.
8. 높은 수준의 개인 역량은 목표 중심적인 사고방식, 의사 결정 능력, 의사 결정 속도, 우선순위 조정 능력, 일정 관리, 강력한 업무 몰입도 등을 뜻합니다. 모든 권한을 부여 받았음에도 목표와 동떨어진 문제를 해결하거나, 우선순위 조정을 잘못해서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거나, 일정이 계속 밀리거나, 디자인 혹은 개발 속도 자체가 느리거나, 구성원으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등 개인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아도 원하는 속도를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9. 결정적으로 위 전제조건들은 필요조건입니다. 없으면 실패하나, 있다고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 또한, 다른 관점에서 질문할 필요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속도가 과연 중요한가?' 혹은 '지금 꼭 조직을 애자일하게 바꿔야 하는가?'와 같은 당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제품 퀄리티가 가장 중요하다면 애자일 방법론은 최선이 아닐 겁니다.
10. 하지만, 적어도 스타트업은 ‘속도’를 필수적인 강점으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존을 위해 '더 빠르게!'를 외치면서 애자일 조직의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면, 리더의 적극적인 개입과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속도를 저해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팀원들과 소통하며 세밀하게 파악하고, 하나하나 깨부숴야 합니다.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그 모든 것을 감당하겠다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에 달려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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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2일 오후 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