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41 ] ⟪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 이럴 때 추천해요 : "대문호들의 생각을 잠시나마 엿보고 싶을 때"


01 . 비교적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도 고전을 접하는 건 꽤나 힘든 일입니다. 일단 손에 쥐는 순간부터 마지막 장에 도달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뿐더러 설사(?) 제가 그 두꺼운 책의 종착점과 조우했다고 해도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02 . 그렇게 고전 읽기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는 사이사이 저는 고전을 해석해놓은 책이나 고전에 접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을 읽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지. 다른 사람도 다 힘들게 읽고 있는 거야'라는 위로도 받고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 어쩌면 내가 읽었던 건 지나치게 단편적인 접근이었을 수도 있으니 용기 내서 딱 한 번만 더 읽어보자'는 작은 희망의 빛을 발견하기도 하죠.


03 . 이 책과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타인의 해석을 듣는 즐거움을 거쳐 나는 언제, 어떻게 이 책에서 소개한 작품들을 접하게 될까라는 기대감을 받기도 했거든요.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란 제목의 이 책은 맨부커 수장자인 '조지 손더스'가 러시아 대문호들이 쓴 작품들을 중심으로 '우리는 이 작품으로부터 혹은 이 작가로부터 무엇을, 어떻게 얻어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풀어놓는 책입니다. 제목만 보면 작품해석집 같기도 하고 일종의 글쓰기 수업 책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농밀한 깊이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마치 이동진 평론가님의 영화해설서가 조지 손더스란 사람의 손을 거쳐 고전해설서로 탄생한 느낌이죠.


04 . 책에는 총 7편의 작품이 소개되는데 그중 제가 읽은 작품은 2개에 불과했습니다. 심지어 나머지는 제목조차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었죠. 하지만 정말 예상외로 꽤 즐겁게 읽었습니다. 무려 644쪽이란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마치 흡입되듯이 빨려 들어가 작가의 시선도 빌려보고, 대문호의 시선도 빌려보는 다이나믹한 경험을 했거든요. 덕분에 오랜만에 '와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지만.. 이런 생각 쉽게 들지 않죠...)


05 . 무엇보다 좋았던 건 조지 손더스라는 사람은 일방적으로 뭔가를 가르치려 들지 않고 독자의 시선을 끊임없이 예측하며 좋은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는 작가란 점입니다. 그래서 고전 중에서도 유난히 난해하다는 러시아 문학을 다루는데도 큰 거부감이 없었고, 지루함이 내 발목을 잡으려 할 때쯤 적절한 비유와 유려한 문장들로 다시금 집중도를 높여줍니다. 좋은 작가이면서, 좋은 선생님이고, 좋은 해설가임과 동시에 좋은 비평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되었죠.


06 . 그러니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분이나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도 좋고, 아니면 고전에 한 번 도전해 봐야지라고 생각하다가 늘 실패의 쓴맛을 봤던 분도 좋고, 하물며 그냥 이런 책 한 권 사두는 게 왠지 멋지게 보이니까라고 생각하는 분도 좋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접하는 데 있어서는 꼭 하나의 이유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그 어떤 이유로든 여러분의 방식으로 한 번 접근해 보기를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책 제목이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이면서 한편으로 '나는 어떻게 읽는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란 조심스런 예측도 한 번 곁들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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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5월 29일 오후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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