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 힙의 현주소

1. (텍스트 힙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서울 합정에 위치한 북카페 ‘카페꼼마’ 관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최근 유독 젊은 손님들이 많아졌어요. 요즘에는 20대 고객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주말에는 책 데이트를 하러 찾는 이가 많아요. 방문 고객이 늘면서 카페 매출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 서울 송파구에 사는 대학생 김지수 씨는 최근 ‘북스타그램’에 푹 빠졌다. 인상 깊게 읽은 책 구절에 밑줄을 긋고 소셜 미디어에 촌평을 남기는 게 지친 일상 속 ‘낙’이다. 지수 씨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취미 생활과 비교하면, (독서는) 돈이 아깝지 않아요. 스스로 성찰하는 힘도 생기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하루하루 쌓여나가는 독서 기록을 보고 있으면 훌륭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요”

3. ‘독서는 섹시해(Reading is Sexy)’, 올해 초 영국 매체 가디언이 자국 내 1020세대 사이에서 불고 있는 ‘종이책 읽기 열풍’을 조명하며 작성한 기사 제목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모델 카이아 거버가 독서 클럽을 만들면서 한 말 “독서는 정말이지 섹시해요(Reading is so sexy)”를 인용한 제목이었다.

4. 지난해 영국 책 판매량은 역대 최고 수준인 6억 6900만 권을 기록했다. 틱톡에서도 ‘북톡(booktok)’을 검색하면 게시물 수십만 건이,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 키워드를 입력하면 수백만 건 포스팅이 나타난다.

5. 영국뿐 아니다. 독서 열풍은 최근 한국에도 불어닥쳤다.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개성 있고 쿨하다는 뜻의 ‘힙’을 합성한 이른바 ‘텍스트 힙’이라는 신조어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것이다.

6.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독서는 요즘에는 ‘남과 다른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침체에 빠졌던 출판업계는 물론 여러 기업이 텍스트 힙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찾기에 골몰하는 중이다.

7. 책은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이지만, 최근 텍스트 힙 트렌드를 이끄는 주 무대는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공간이다.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공유하고 책의 일부를 찍어 올리는 것은 이미 오래된 트렌드고, 북카페나 도서전, 독서 모임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공유하는 이도 많다.

8. 텍스트 힙의 핵심은 단순 독서를 넘어 ‘공유’와 ‘소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시 말해, 텍스트 힙의 핵심은, 혼자 읽는 독서가 아니라, ‘독서+공유’다)

9. (즉) 고리타분한 취미로 여겼던 독서 문화는 자신의 취향과 지적 욕구를 쿨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10. 올해 6월 열렸던 서울국제도서전에서도 텍스트 힙 열풍을 체감할 수 있었다. 도서전에는 15만 명이라는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도서전을 찾은 총 관람객 수(13만 명)보다 약 15.4% 증가했다. 대다수는 2030 젊은 세대다. 20대(45%)와 30대(28%) 관람객 비중이 전체 73%에 달했다.

11. 여러 통계에서도 젊은 세대에 확산된 텍스트힙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20대 독서율(1년에 책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74.5%였다. 전체 성인 평균 독서율(43%)을 훌쩍 웃도는 수치다.

12. 예스24에 따르면, 10대 구매 도서량은 최근 5년 연속 늘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집계한 결과 10대 도서 구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3% 늘었다.

독서는 정말 섹시하다 '텍스트힙'의 세계 [스페셜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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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8일 오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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