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49 ] ⟪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 ⟫

📌 이럴 때 추천해요 : "언어라는 유산의 생명력을 느끼고 싶을 때"


01 . 몇 번 글을 통해 전달드린 사실이지만 저는 단어의 '어원'을 찾는 걸 정말 좋아합니다. 글을 한 편 쓰다가도 문득 '이 단어를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이 단어와 저 단어의 정확한 차이는 뭐지?', '대체 이런 말은 누가, 언제, 뭣 때문에 만들어냈을까?'란 생각이 들면 일단 글 쓰는 일을 잠깐 멈추고 단어의 정확한 뜻과 어원부터 파헤치기 때문이죠.


02 . 이 땐 주로 '사전적 의미'와 '기원이 되는 배경'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잘 아시다시피 '사전적 의미'란 한 사회가 그 단어를 어떻게 규정하고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일종의 약속이고, '어원'이란 그 단어의 뿌리이자 탄생 비화에 해당합니다. 어떤 경우엔 사전적 의미와 어원이 한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고 뻔할 만큼 똑같은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엔 '아니 이게 이렇게 연결된다고?'라며 지금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볼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경우도 있죠.


03 . 오늘 소개해 드릴 책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는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단어들의 기원과 역사적 배경을 훑는 책입니다. 사실 이런 책은 시대를 막론하고 아주 많이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초등학생이던 약 30년 전에도 어린 친구들을 위해 쓰여진 비슷한 맥락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거든요.

게다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학창 시절 영단어를 끼고 살아야 했던 그때, 정작 영미권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접두사, 접미사의 어근과 유래까지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했던 민족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이런 책은 적어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딱히 새로울 것 없이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04 . 다만 이런 책은 시대의 흐름이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하물며 일부러라도 마주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수상한 단어들의 지도⟫는 컨셉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도 지금 시대를 살며 필요한 상식, 지금 시대에 중요한 가치, 지금 시대에 필요한 언어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단순히 역사적 뿌리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맥락을 조명하려 한 저자의 노력이 유독 빛을 발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참고로 저자인 '데버라 워런'은 라틴어에 정통한 교육자이면서, 영어 교사이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시인의 경력을 두루 갖춘 언어 천재입니다.)


05 . 그리고 번역가인 '홍한결' 선생님이 이 책을 맡았다는 것도 큰 기쁨이었죠. 우리에겐 ⟪스토리 설계자⟫, ⟪썰의 흑역사⟫, ⟪어른의 문답법⟫ 등으로 이미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으로 익숙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책은 '단어'라는 시대정신의 산물과 그 단어를 비교적 가장 흥미롭게 다룰 수 있는 전문 저자 그리고 이를 다시 우리말로 맛깔나게 옮길 수 있는 번역가가 만들어낸 멋진 콜라보라고 봐야 정확할 겁니다.


06 . 개인적으로 저는 4장에 해당하는 '무엇이랴 부르랴'와 5장에 해당하는 '말도 가지가지'의 일부는 다시 스핀 오프로 확장해 단행본으로 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아 요거 조금만 더 다뤄줬으면 좋겠는데...'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요, 이 책의 구석구석엔 그런 포인트가 꽤 많기 때문이죠.

앞으로 살며 단어의 기원에 관한 책을 얼마나 더 많이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늘 염두에 두고 또 찾아보는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는 언어가 주는 매력이 너무 크고, 언어가 안내하는 관점의 여행이 너무도 즐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 말이죠. 부디 여러분도 그 매력을 느껴봤으면 싶고, 또 함께했으면 하는 의미에서 이 책을 한 번 추천드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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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31일 오전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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