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바리 시즌3 세 번째 모임을 마치고, 다크패턴과 '홍대병'에 대해⟫

<리서치 하는데요>는 작년부터 시즌제로 이어가고 있는 독서모입입니다. UX 리서치에 관심이 있거나 더 나은 사용자 경험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하는 잔잔한 모임을 1년 동안 계속하는 이유는 반취약성(anti-fragile)을 의식하기 위해서입니다.


3번째 모임에서 함께 읽은 야마구치 슈의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저자는 "가능한 젊을 때 많은 실패를 맛보는 것, 여러 조직과 커뮤니티를 경험하면서 인적 자본과 사회 자본을 한 장소가 아닌 분리된 여러 장소에서 형성하는 것 등의 요건이 중요해진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철학을 제목에 담은 책을 함께 읽고 사용자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은 많지 않습니다. 금요일 저녁, 강남역에서 모임을 거듭하며 멤버들 사이에는 신뢰가 조금씩 쌓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프로세스를 통해 불안을 거쳐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 큐레이터의 문장 🎒 ]


'르상티망(ressentiment)'과 홍대병


  • 프리드리히 니체가 이야기한 '르상티망'은 내가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갖는 솔직하지 못함과 '시기심'으로부터 비롯됩니다.


  • 이솝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에서 여우가 먹음직스러운 포도를 발견했지만 애를 써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여우의 반응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게 합니다.


  • "이 포도는 (어차피 내가 못 먹는 거니까) 엄청 신 게 분명해. (내가 먹으려고 엄청 애를 쓴 건 사실이지만) 이런 걸 누가 먹겠어!"라며 가버립니다. 자신의 솔직한 욕구, 상황, 행동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죠.


  • 내가 갖고 싶었지만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 갖는 '분한 마음'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판단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것이 '르상티망'의 본질입니다.


  • 니체는 개인이 갖는 본래의 인식 능력과 판단 능력이 르상티망으로 인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 한창 유행했던 '홍대병'이 떠오릅니다. 홍대병에 대해 좀 찾아보면 '마이너부심'이라는 설명이 나오는데요. 비주류를 즐기면서 "내가 먼저", "나만"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는 행위입니다. 갑자기 인기를 얻어 유명해진 가수, 노래, 브랜드, 음식점 등에 대해 "1년 전에 나만 아는 노래였는데..."라며 나의 소중한 것이 유명해져서 싫으면서 좋기도 하다는 복잡한 감정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마이너'와 '자부심'의 조합부터 좀 어색합니다.


  • '홍대병'을 르상티망 현상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아는 곳을 가는 사람들과 비교하고 나서 자신은 인디, 비주류여서 좋아했고 지금은 너무 유명해져서 좋아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대중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소수만 알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는 것을 내세우는 것을 닮았습니다. 그냥 "나는 혁오밴드 음악이 좋아", "나는 평양냉면의 삼삼한 맛이 좋아"라고 하면 되는 게 아닐까요? 내가 그 대상을 정말 좋아하는 게 아니라 '희소했기 때문에' 좋아했다는 것은 정말 개인의 취향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 발제문에 적은 것처럼 자신의 '진짜' 순수한 욕구인지, 타인에 의해 설계된 르상티망에 의한 것이지 판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에게 보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쓸 때, 나의 정체성을 대상의 정체성과 일치시키려고 할 때 르상티망에 의해 설계된 세상으로부터 취약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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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시즌3 세 번째 모임을 마치고, 다크 패턴과 ‘홍대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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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바리 시즌3 세 번째 모임을 마치고, 다크 패턴과 ‘홍대병’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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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9일 오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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