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가 한 명언 중에서도 최고의 명언을 뽑으라고 하면, 많은 심리학자들은 주저 없이 이 말을 꼽는다. “The illiterate of the 21st century will not be those who cannot read and write, but those who cannot learn, unlearn and relearn.”


무슨 뜻일까? 번역하면 이 정도의 뜻이 된다. “21세기의 문맹자는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잊고, 다시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 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말이 있다. 바로 ‘언런(unlearn)’이다. 우리 모두는 배우고 다시 배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말로는 ‘잊는다’고 번역할 수도 있겠지만 ‘forget’이라는 단순한 의미보다는 좀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기술과 연결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 언런(unlearn)의 중요성을 늘 절감하게 된다. 우리가 교육과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되는 것들은 효율을 만들어내고 그래서 지속 가능해진다. 하지만 상황이나 환경이 바뀌면 경험을 통해 얻은 기술과 지식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다.


그래서 이전 경험을 잊고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과거 경험이 우리가 새로 배워야 하는 것을 못하게 방해하고 적응력을 심각하게 떨어뜨리는 일이 다반사다. 언런은 중요하지만 실행하기 참으로 어렵다.


필자 역시 수많은 어려움을 이 언런이 되지 않아서 겪어왔다. 일상생활에서의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테니스를 했다. 고등학교까지 체육특기자로 진학했으니 전업 운동선수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후 운동을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해 보편적인 대학생의 삶을 살던 중,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배드민턴을 취미로 시작했다. 라켓으로 하는 운동이니 뭐가 크게 다르겠냐는 심정으로 필자 역시 친구들 틈에서 배드민턴을 시작했다.


그런데 참으로 당혹스럽게도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못해도 지독하게 못했다. 친구들이 고등학교 시절까지 운동선수였다는 것이 다 거짓말 아니었냐고 놀리기까지 하며 약을 올리는 통에 교우관계까지 나빠질 지경이 됐다.


더 큰 문제는 배드민턴이 좀처럼 늘지 않았다는 것으로, 결국 친구들 중에서 배드민턴을 유일하게 싫어하게 됐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경험해본 분들은 잘 알겠지만 테니스에서 마땅히 해야 하는 스윙이 배드민턴에서는 결코 하면 안 되는 스윙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정반응이었던 것이 이제는 오반응이 되었다는 뜻이다. 바로 이 점이 언런이 잘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언런을 위한 가장 중요한 지침은 분명하다.


새롭게 배워야 하는 것만 강조해서는 결코 학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컵을 비워야만 새로운 음료를 그 컵에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기존의 것을 하게 되면 잘못이라는 것을 매번 명확하게 명시해야만 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것 중에 무엇을 없애야 가능한가를 매우 정확히 제시해야 하고 그것으로 다시 돌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점 역시 중요하게 강조해야 한다. 이 중 어느 과정이 누락되면 언런은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많은 조직과 사람들이 기존의 버려야 할 것을 무심코 반복하는 것을 방치하거나 허용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러면 나중에 불거진 문제로 인해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처벌을 받더라도 더 큰 처벌이 되며 질책의 크기도 커진다. 이는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 뇌는 크기보다 빈도에 민감하다. 무엇인가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두고 보면서 기다리면 안 된다. 매번 그때마다 잘게 지적하고 질책해야 오히려 큰소리로 크게 나무라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필요하다면 이 역할을 수행할 사람을 따로 임명하는 것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언런은 쉽지 않지만 변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역량이다.

새로운 배움을 시작할때 '언런'으로 과거부터 잊자 [김경일의 CEO 심리학]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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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배움을 시작할때 '언런'으로 과거부터 잊자 [김경일의 CEO 심리학]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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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4일 오전 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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