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를 위한 책 - vol.66 ] ⟪철학자와 늑대⟫

📌 이럴 때 추천해요 : "새해, 철학책 한 권 읽으며 시작하고 싶을 때 - ⑤"


01 . 새해를 맞아 준비한 '그때를 위한 책' 철학편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그동안 좀 점잖은(?) 철학자들이 쓴 책을 추천드렸다면 이번에는 자타 공인 괴짜 철학자의 이야기를 한 번 풀어볼까 해요. 이 책의 저자인 '마크 롤랜즈'는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입니다. 하지만 교수라는 직책에서 느껴지는 풍모와는 달리 그는 아주 독특하고 뾰족한 성격을 가진 사람으로 유명하죠. 주변에 걷고 뛸 곳이 있다면 그게 늪지대건 돌산이건 가리지 않고 내달리고, 철학을 연구하면서도 인간이 가진 본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본인의 감정 표현에 거리낌 없는 삶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의 전작인 ⟪SF 철학⟫, ⟪내가 아는 모든 것은 TV에서 배웠다⟫ 등도 평단으로부터 독특한 비평을 자아낸 작품들이었죠.


02 . 그런 그가 유독 애정하는 대상이 하나 있었으니 다름 아닌 동물입니다. 그리고 롤랜즈 교수는 십수 년 전 놀랍고도 대담한 결정을 하나 하고 말죠. 우연한 기회로 늑대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된 겁니다. 맞습니다. 책 제목인 ⟪철학자와 늑대⟫는 비유나 상징이 아니라 진짜로 우리가 아닌 그 야생의 늑대를 지칭하는 겁니다.

원래는 큰 개를 원했지만 막상 보니 늑대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늑대와의 동거를 시작하게 된 그는 무려 11년간 함께한 여정을 아주 상세하게 기록하고 정리해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그 결과이자 산물이 바로 이 책인 것이죠.


03 . 철학과 같은 무형의 개념을 논할 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심지어 그 대상이 그동안 아무런 관심도 두고 있지 않았던, 더 정확히는 두려움과 기피의 대상이었던 늑대라는 동물이라면 흥미로움은 배가 되죠. 덕분에 저 역시도 철학자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 못지않게 동물이 세상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다양한 소양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점이 수많은 석학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내는 포인트 중 하나일 거란 생각도 해보고요.


04 .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던 건 '이성'과 '야성'이란 두 가지 개념을 잘 배분하여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는 겁니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철학이란 것은 인간이 오직 머릿속에서만 완성해낸 온전한 무형의 자산인지도 모릅니다. 인간 이외에 존재하는 지구상의 모든 것들 중 철학을 인지하고 사는 생명체는 없으니까 말이죠. 그러니 '인간만이 사유와 철학을 갖는다'라며 좋아할 게 아니라 '무엇이 본성으로부터 이성을 발현시켰나, 그리고 그 이성은 왜 실용적이지 않은 철학의 영역까지 뻗어나갔나'를 생각해 보는 것이 진짜 철학적인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05 . ⟪철학자와 늑대⟫는 그런 생각들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왜 꼭 철학책을 읽어야 해?'라는 질문에 대해 '철학책을 읽으면....'이라는 효용을 앞세우는 게 아니라 '하물며 늑대도 이런데... 인간이라면...?'이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다다를 수 있도록 해주는 힘을 가진 책이라는 거죠. 때문에 저는 이 책이 많이 유명해졌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재미와 의미, 이 두 가지를 확보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철학자와 늑대⟫는 그걸 아주 유연하게 해냈거든요. 그러니 따분한 철학책은 딱 질색이다 하시는 분들이나 어려운 말은 배추로 김치를 담근다고 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더라 하시는 분들께는 이 책을 권해드려 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정말 TV 동물농장만큼이나 편하게 보실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5년 1월 31일 오후 1:36

댓글 0

    함께 읽은 게시물

    “왜 나는 욱하고 말았을까?” “왜 나는 그렇게 화를 분출했을까?” 회의 중, 메신저에서, 피드백을 주고받을 때 리더의 감정 폭발은 일순간에 리더십 전체를 흔들어놓는다.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긴장이 풀리면 리더는 ‘지적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자신의 감정적 태도를 후회하고 자책한다.

    ... 더 보기

    “왜 나는 오늘도 또 욱하고 화냈을까” [김성회의 리더십 코칭]

    n.news.naver.com

    “왜 나는 오늘도 또 욱하고 화냈을까” [김성회의 리더십 코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