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평가



경험을 해도 해도 어려운 일이 있습니다. 저에게 면접이 그렇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는 일 자체가 어색합니다. 그런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추구하라는 미션이 대단히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사실상 편안한 분위기도 아니고, 살가운 대화 주제도 아닙니다. 경험과 역량을 자랑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면접의 어색함과 불편함은 면접에 참여하는 역할에 관계가 없습니다. 시험 문제를 푸는 학생과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선생님 모두에게 시험 시간이라는 자체가 부담인 것과 비슷합니다. 면접을 통해 입사 지원자와 대화를 나누어야 하는 사람에게도 면접이라는 시간은 어렵습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무엇을 물어보아야 하는지, 질문에 따라 답변을 듣고 인재를 잘 분별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경험을 말로 표현하는 일이 어렵습니다. 과거 상황을 떠올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상대방도 비슷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일이 어떻게 쉬울 수 있겠습니까? 장황하게 설명하면 말이 길다고 싫어하고, 어느 정도 생략해서 간단하게 설명하면 계속 파고드는 질문으로 괴롭습니다.


역량을 말로 표현하는 일도 어렵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가 가진 강점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이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을 믿게 만들어야 한다니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능숙하게 잘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이 쉽게 믿어줄 수 있을까요? 그것도 처음 만나는 사람의 말만 듣고 이 사람 사실은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구나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말만 듣고 믿기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면접이라는 시간입니다. 면접에서 자신을 자랑해야 하는 사람도, 인재를 분별해야 하는 사람도 두렵고 떨리는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면접이라는 방법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이력서를 두고 진짜 이 사람이 대단한 역량과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맞는지 검증하기 위한 목적입니다.

면접을 통해 인재를 잘 검증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 최종 의사결정을 위한 기준은 마련이 되어 있는지 면접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면접이라는 형식이 인재를 검증하는 최선의 방법이 맞는지, 면접을 통해 확인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훌륭한 답변 내용을 들을 수 있다면, 합격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지 생각하고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효과적인 면접을 운영하려면, 좋은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질문이란 본질을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을 의미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알고, 그런 능력을 발휘했을 때 모습과 결과는 무엇인지 머릿속으로 선명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질문이 뾰족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질문에 목적이 없거나 본질을 알아보는 뾰족함이 부족하면 하나 마나 한 질문이 됩니다. 공허한 메아리라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질문을 하는 사람도, 질문에 답변하는 사람도 서로 나누는 이야기에 큰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면 질문이 잘못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질문을 하는 사람은 질문 의도에 대해서 답변할 사람에게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질문의 의도를 듣고 알맞은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질문에 맞는 답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면접을 통해 인재를 만났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준비된 질문이 있다면, 질문에 따른 모범 답안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을 해야 한다고 아니라, 맥락과 의미를 따라 어느 정도 통하는 답변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인지 채점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말을 잘하는 사람, 말의 내용을 잘 준비한 사람에게 속지 않으려면 듣는 사람에게도 준비가 필요합니다. 잘 들을 준비가 되어야 현혹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준비가 필요 없이 듣기만 하여도 진위를 판단할 수 있는 내공이 있다면 위에서 이야기한 판단 기준이 없어도 될 것입니다. 그 정도의 고수가 아니라면 면접에서 인재를 판단하는 사람도 철저한 준비가 되면 좋겠습니다.


사람을 만나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면접만으로 인재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면접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면접으로 인재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주변 동료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함께 인재를 분별하는 의사결정을 돕거나 새로운 장치를 고민하여 실행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소수의 사람에게 인재를 판단하는 역할을 면접이라는 정해진 틀로만 시키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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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9일 오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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