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울렁증 극복하기 올 1월에 원서 낭독 북클럽을 시작했으니 1년이 되어 간다. 유럽 출장 때도 새벽에 일어나 참석을 했으니, 출석률로 따지면 개근상은 못 받아도 정근상은 받을 성적이다. 눈은 소리보다 빨라서, 낭독을 하면서도 눈으로 주변 언저리 활자들을 살핀다. 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는지, 이 대사는 누구의 대사인지, 앞으로 어떤 감정 변화가 생기는지를 파악하여, 낭독에 호흡과 억양을 가이드 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나의 영어 낭독은…. 눈과 소리의 속도가 비슷하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알파벳이나 음절 단위로 나누어서 최대한 예상되는 발음을 하기 위해 눈이 고정된다. 아빠의 대사를 딸의 목소리로 읽은 후 그게 아빠의 대사였다는 걸 알았을 때 머쓱해지기도 한다. 이어령 교수가 어느 인터뷰에서 말한 “의미를 모르면 읽는 소리가 달라진다.” 라 하는 게 무슨 뜻인지 참으로 공감되는 이유이다. ​그래도 이걸 1년을 해오니 아주 조금은 눈으로 주변 스캐닝을 하는 재주가 생기고 있다. 어디를 끓어서 읽어야 하는 문장 구조인지, 어느 부분을 강조해서 읽어야 하는 타이밍인지, 낭독의 호흡이 조금씩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영어를 처음 배웠던 중학교 1학년 영어 선생님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마어마한 단어/숙어 외우기 숙제, 쪽지시험, 그리고 무서웠던 체벌. 그 재미없고 공포스러웠던 시간을 보내며 나는 영어가 지독하게 싫고 두려웠다. 그때의 암기법으로 나는 friend 단어를 보면 [에프-알-아이-이-엔-디] 소리가 머리에 울린다. 어휘력은 분명 중요한 기초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들리고,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지로 머리에 쑤셔 넣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ㅎㅎ 오늘은 그동안 이런저런 시도를 하며 도움이 되었던 방법들을 정리해 볼까 한다. 1. 목표 - 하루에 2개만 1시간 낭독 중 모르는 단어를 밑줄 치면 사전 한 권이다. ㅎㅎㅎ 부끄럽지만 나의 영어 어휘력 수준은... ㅠㅠ 단어 천 개로 미국 생존을 하고 있다고 농담할 정도로 기초가 없다. 나는 목표를 딱 2개(단어든 숙어든 문장 표현이든)만 외우자로 삼았다. ‘2개'라고 목표를 세우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불끈 든다. 2개만 집중해서 파고드니 자연스레 머리에 남는다. 하루에 2개라고 우습게 볼 것도 아닌 것이, 1년이면 500이고 2년이면 1,000이다. 그간 어휘력 1,000으로 버텨왔다면 2년 만에 고수의 경지에 오르는 것이다. ㅎㅎㅎ 물론 이 중 시간이 지나면 또 잊어버리기 마련이고, 어휘력 2,000으로 영어 고수가 되겠냐마는, 그렇게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오늘의 단어 선택이 즐겁다. ​목표를 낮게 잡아야 성공 확률이 높다. 영어 점수가 필요한 시험공부가 아니기 때문에, 매일 꾸준히 습관처럼 할 수 있는 쉬운 목표를 세우길 추천한다. ​보통 그날 필(Feel)이 꽂히는 단어나 표현을 고르는데, 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을 고른다. 어려운 단어는 일단 피한다. 내 수준에 맞는 단어를 고르고 소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예제) → Officious : Office와 Official은 알아도 Officious는 몰랐는데, 거들먹거리고 위세 부린다는 뜻이란다.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 Plummet/Plunge :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자주 보이는 단어이다 → Mutter/Mumble/Murmur : 특히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딸아이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들었다. → Counterproductive : Productive/Nonproductive 는 업무 중 워낙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데, 역효과가 Counterproductive라는 걸 새로 알았다. 말 된다. 2. 유사어의 뉘앙스 혹은 파생어 공부 단어의 유사어나 파생어나 혹은 관련된 단어들을 묶어서 짚어 본다. 이때 예전에 낭독하면서 나왔던 단어들을 다시 소환해서 리마인드를 하면 머리에 남기는 데 도움이 된다. 예제) → Officious : Office와 Official은 알아도 Officious는 몰랐는데, 거들먹거리고 위세 부린다는 뜻이란다. 알고 나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 Plummet/Plunge :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자주 보이는 단어이다 → Mutter/Mumble/Murmur : 특히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들이다. 딸아이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다른지 설명을 들었다. → Counterproductive : Productive/Nonproductive 는 업무 중 워낙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데, 역효과가 Counterproductive라는 걸 새로 알았다. 말 된다. 3. 유래나 어원 찾기 책을 읽다 보면 유래가 궁금해지는 단어들이 있다. 유래를 알고 나면 머리에 남아서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제) → Bear Market / Bull Market : 주식 시장을 나타내는 표현인데, 하락장은 곰이 싸울 때 아래로 내려찍는 자세에서, 강세장은 황소가 들이 받는 모습에 비유해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증권가에는 황소 동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미지 검색을 해보시길) → Fiddlesticks! : 말도 안 돼! 어처구니가 없네! 예전에는 바이올린을 Fiddle이라고 불렀는데 (우리가 깽깽이라고 부르곤 했던 거랑 비슷한 듯), 그래서 Fiddlesticks은 바이올린을 켜는 활을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바이올린은 없고 활만 있는 경우… 그러니 이게 바로 어처구니없는 상황! → The proof is in the pudding. : 푸딩을 먹어 보기 전엔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른다는 뜻으로, 예측과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표현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다음날 회의 중 테스팅 얘기를 하다가 누군가 “The proof is in the pudding”이라고 말하는 걸 듣고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 Hue and cry : Hue도 디자인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인데, ‘색조’라는 뜻 외에 ‘고함소리’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cry는 울음이라는 뜻 외에 ‘비명’이라는 뜻이 있고, 그래서 hue and cry 하면 강한 고함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오래전 영국에서는 목격자가 고함을 질러 도둑 잡는 걸 돕지 않으면 벌을 받았다고 한다. “I raised a hue and cry.” 4. 이미지 검색 단어 검색을 할 때 나는 한글사전을 제일 먼저 찾아보고, 뭔가 께름칙하면 구글 검색으로 영어 사전 정의를 확인한 후, 명사나 형용사의 경우는 이미지 탭을, 동사인 경우는 뉴스 탭을 눌러본다. ​아래 단어를 이미지 검색해 보면 글로 써진 단어의 뜻을 읽는 것보다, 그 의미가 확 전달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이미지로 각인된 단어는 나처럼 시각 기억법을 가진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예제) Bull market / Pew / Homely / Noose / Hut / Fizzle out / Nibble / Cot ​5. 뉴스 검색 구글에서 단어를 검색한 후, 이걸 어떻게 활용을 하는지, 혹은 요즘도 쓰는 표현인지 (주로 고전 읽을 때)를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뉴스 탭을 눌러보는 것이다. 해당 단어가 어떤 맥락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예제) → Shun : “Australian state says work from home is over, but employees still shun office”, “Shoppers who shun credit cards will still borrow $20 for candy” → Reckon with : “How COVID-19 forced social media to reckon with misinformation” → Bosom friend : 절친. 처음 이 표현을 봤을 땐, bosom 때문에 여자들끼리 오래된 절친을 말하는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남자들끼리 쓰는 불알친구처럼), 구글 검색 뉴스를 보니 남녀 구분 없이 쓴다는 걸 알고 신기해서 머리에 남았다. ​6. 수다와 스토리 내가 있는 북클럽은 50분 낭독과 10분의 나눔(단어, 표현, 해석 등)으로 진행이 되는데, 대부분 이 수다가 길어진다. 아줌마 수다. ㅎㅎ 그런데 이 수다가 단어를 암기하는데 나름 도움이 된다. 예제) → Dunce : 멍청이. Dunce hat 은 예전에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씌웠던 고깔모자라고 한다 (이미지 검색). 마치 우리(?) 어린 시절, 떠들거나 공부 못하는 학생들 뒤에 가서 손들고 벌받던 거랑 비슷한 문화였나 보다. 어떻게 이런 벌을 줄 수가 있냐고 한참을 떠들었더니, 이 단어는 앞으로 평생 기억할 것 같다. → Cope with : 멤버 중 병원에 근무하는 분이 계신데, 응급 상황 대처법 얘기하면서 자주 쓰는 단어라고 상황과 예제로 설명을 해주어서 머리에 남는다. → Lucrative : 회계사인 멤버분이 자신의 언니가 자주 쓰는 단어라고 설명해 주었다. 잘난척하는 언니 욕을 한참...ㅎㅎ → Partisan : 헐… 이게 빨치산이란다. 빨치산이 영어라는 걸 몰랐다. 나는 빨갱이가 치사하게 산으로 도망갔다 하여 생긴 말인 줄… ^^;; ​7. 활용 새로 익힌 단어나 표현은 최대한 회사에서 활용하려고 기회를 염탐한다. 예를 들어, Surreal은 코로나와 맞물려 아주 잘 활용을 했다. 그리고 전엔 그냥 흘렀을 것들이 들린다. 뿌듯해지는 순간이다. ​예제) → Take it with a grain of salt → Fungible → You’ve got chops. (chops=skill/performance) → Hypocrite → Whack a mole - It’s like whack a more: as soon as you fix one, another appears. → Leaders control the weather ​8. 발음 연습 발음이 영 어려운 단어는 구글 발음 교정 기능으로 반복 연습을 한다. 구글 검색 중 아래처럼 사람 입모양 아이콘과 함께 [Learn to pronounce]라는 버튼이 있는데, 그걸 누르면 발음 연습 기능이 나온다. [Practice] 버튼을 눌러 내 발음을 입력하면 틀린 부분을 지적해 준다. ​영어 얘기만 나오면 글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 만큼 쌓인 사연이 많고 시행착오를 많이 했다는 반증이다. 나의 애증의 그녀, 잉글리시! ㅎㅎ ​/////// 나의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친정엄마가 오셨었다. 하루는 엄마를 모시고 조앤 (JOANN Fabrics and Crafts - 의상 재료 파는 곳)에 물건을 사러 갔다. 필요한 아이템은, 옷의 해진 곳을 기울 때 덧대는 패치(조각천)였다. 별도의 바느질 필요 없이 다림질로 붙이는 예쁜 모양의 조각천들이 많다고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난 매우 난감했다. 사려는 물건의 이름도 모를뿐더러,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도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헤매고 있으니, 참을성 없는 엄마가 직원한테 물어보라고 하셨다. 나는 뭐라고 물어볼지 모르겠다고 답을 했더니, 엄마가 답답하다는 듯 “익스큐즈 미"를 외치셨다. (아!! 우리 엄마, 영어 앞에서는 너무 용감하시다.) ​“익스큐즈 미", 엄마는 영어를 할 때 코맹맹이 소리를 내신다. "스봉", 손가락으로 바지를 가리키며, "빵꾸", 양손을 동그랗게 만들며, "땜빵", 양손으로 엑스 자를 만들며... ​그러고는 매우 흡족해하며 답을 기다리셨다. 부끄러움과 수습은 나의 몫이었다. 엄마...ㅠㅠ 우여곡절 끝에 물건을 구입하고 황급히 가게를 빠져나온 후, 바지는 스봉이 아니라 팬츠(pants)라고 알려드렸다. 엄마의 답변, “오메, 숭한 놈들. 숭하게 빤스도 팬티고 바지도 팬티냐?” 엄마는 그날 새로운 단어 하나를 외우셨다. ​엄마와 나의 우당탕탕 영어 시리즈를 책으로 내면 대박이 나지 않을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