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팝밴드들은 시장이 넓어 하는만큼의 보상을 받아요. 자기 관리하며 음악에 집중하며 나이 들지요. 무슨 일이든 보상이 없으면 꾸준히 하기 힘들거든요. 보상도 없이 오래 하는 사람들을 보고 저희끼리 그래요. "잘 사는 집 애들만 살아남잖아." 하하. 저는 다행히 밴드를 하면서 영화 음악을 동시에 했어요. 경제적으로 버틸만한 구조를 마련한 거죠." "월드뮤직, EDM, 클래식… 섞기 시작하면 장르의 구분이 없어져요. 그러면 판소리나 클래식은 저한테 엄격한 장르가 아니라 특이한 재료로 받아들여지는 거죠. 간혹 언론에서 이날치 밴드의 음악을 ‘퓨전 국악'이라고 규정하면 전 어색해요(웃음). 이날치의 음악은 얼터너티브 팝이에요. 춤출 수 있는 팝이죠." "첫째는 잘하는 사람과 일할 것. 둘째는 협업자의 결과물이 내 상상과 다르더라도, 방향이 맞으면 그냥 가요. 내 취향은 여러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니, 열어 두자는 거죠. 그러면 다들 신나게 일하고 새로운 게 나와요. 저는 영화 음악을 작업하면서 남의 입맛을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훈련이 됐어요." "이런 날이 올 줄이야! 판소리를 하루에 한 번씩 듣는 날이 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저는 단지 밴드가 살아남아 오래 활동하기 위해서 시장이 필요했어요. 이날치로 전통 음악을 알리겠다는 게 목표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고리타분한 포장을 걷어내니 전통이 이 시대에 가장 앞선 팝이었어요. 다들 신나게 춤을 추니, 소리꾼들도 더 자극을 받고요." "그게 바로 동시대성이죠. 저는 판소리를 듣기 힘든 옛날 음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현재의 음악으로 즐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출발부터 그랬어요. 사실 소리꾼들이 수련한 판소리를 팝으로 만드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웃음). 한편에선 전통을 이용한다고 오해도 받죠. 하지만 저는 갑자기 퓨전 국악을 한 게 아니에요. 오랫동안 지켜보고 연구하면서 결국 다른 접근법을 만들어낸 거죠." "익숙한 경험, 자기만의 장르에 갇혀 있으면 금세 낡아버립니다. 의도적으로라도 다른 장르의 공간, 사람, 분위기에 자신을 자주 노출하세요. 저는 다행히 특이하고 대담한 취향의 사람들과 섞여 지냈고, 그때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퍼포먼스가 큰 자산이 됐어요. 뻔한 말 같지만… 영화, 연극, 패션, 건축 다 모여서 어울리고 그 다양성을 수용한 경험이 엄청난 창작의 재료가 될 거예요. 어떤 형태든 소셜 믹스의 씨앗을 뿌리세요. 연극은 대학로, 밴드는 홍대, 패션은 청담동… 한곳에 머물지 말고 다른 동네에서 어울리고 섞이세요." 어어부 프로젝트에서 씽씽밴드, 그리고 '조선의 힙' 이날치 밴드까지. 놀라움을 만들어내는 최전선에는 늘 장영규가 있었다. 이제는 장영규처럼 오래 버티고 잘 섞는 능력을 가진 자가 '이날치' 같은 미친 결과물을 내놓는다.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이 된다. + 새해 벽두에 접한 엄청난 인터뷰 컨텐츠 덕분에 브랜드보이가 조금 일찍 돌아왔습니다. 올해에도 열심히 버티면서 다양한 뉴스를 잘 버무려 보겠습니다. 장영규처럼.^^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오래 버텼다, 잘 섞었다, 이날치가 되었다" 장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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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오래 버텼다, 잘 섞었다, 이날치가 되었다" 장영규

2021년 1월 2일 오전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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