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남 인정 없이 못 사는 '비대한 공적 자아'의 최후
Hani
<번아웃, 남 인정 없이 못 사는 ‘비대한 공적 자아’의 최후> 2020년 하반기에 저는 큰 번아웃을 겪었고, 그로 인해 거의 1-2개월은 아무것도 못한 채 우울 안에 갇혀있었습니다. 제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일을 벌리고, 또 동시에 제가 원하는만큼의 성취를 이루지 못하면서 번아웃이 찾아온 것인데요. 이 글의 "공적 자아는 발달해 있지만 사적 자아는 미발육 상태에 머문 경우"가 딱 저인 것 같아 정말 크게 공감이 되었어요. 돌아보니 그 동안 저는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그 외에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것조차 공적 자아로서의 성취를 위해 쓰고 있었더라구요. 사적 자아가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적 자아가 무너지니, 저를 지탱해줄 것이 없는 느낌이었죠. 일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에서도 충분히 삶의 기쁨을 찾을 수 있음을 알고, 여기에 일부러라도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처음으로 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혹시나 과거의 저처럼 번아웃으로 힘든 분들이 있다면, 혹은 자신이 일중독자라는 생각이 든다면 꼭 일독을 권하고 싶은 글입니다. - "일중독자에 대해서 회사에서는 걱정을 해주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치켜세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심지어 고성과자의 경우 심리테스트 결과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이 동료들보다 낮다고 진단받으면 안심하기는커녕 내가 혹시 일을 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박적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일중독자는 일을 통한 성취와 더불어 그에 대한 회사와 사회의 인정에 매우 민감할 수 있습니다. 자칫 타인의 인정을 지나치게 추구하게 되면서 다른 방식으로는 내적 충만감과 심리적 이완을 경험하기 어려워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이들은 높은 수준의 긴장과 만성적 스트레스에 갇혀 있기 쉽습니다." "일중독자의 경우 그의 공적 자아는 발달해 있지만 사적 자아는 미발육 상태에 머문 경우가 많습니다. 사적 자아는 외부의 성취와 인정이 아니라 나 자신 그 자체로서 아름답고 훌륭하고 또 사랑받고 있다는, 관계 속에서의 체험에서 성장하는 것이지요. 모든 에너지를 공적 자아의 실현에 쏟아부어 많은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간혹 실패의 순간이 오기도 하는 법입니다. 지속된 높은 수준의 긴장도로 인한 극단적인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사적 자아는, 쓰러진 공적 자아를 도와 일으켜 세우지 못합니다. 자아의 한 영역에서 불이 났는데 끌어 올려 불을 끌 물이 없는 위험한 상황이지요. 에너지를 소진한 번아웃 상태가 되거나 큰 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2021년 1월 24일 오후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