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 남 인정 없이 못 사는 '비대한 공적 자아'의 최후
Hani
<번아웃, 남 인정 없이 못 사는 자아의 비참한 최후> 1/ 우리가 지닌 에너지는 한정돼 있고, 따라서 여기저기로 분산하면 낭비가 생깁니다. 일이 많고 생각이 복잡할수록 일상의 리듬은 단순화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 지속가능한 회사 생활을 위해 ‘나만의 원칙’을 세웠습니다. 첫째, 회식을 하더라도 2차는 가지 않는다. 직원들과의 친밀감을 높이려고 2차 노래방에서 부를 노래를 열심히 배우는 임원들도 있었지만, 저는 그 부분을 포기했습니다. 노래를 못 부르고, 무엇보다 체력이 받쳐주질 않았습니다. 대신 근무시간에 직원들과 눈맞춤하고 마음을 다하며 가까워지려고 했습니다. 3/ 둘째, 밤 10시를 통금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잠을 충분히 자야 하는 체질이라 다음날 아침 머리가 맑도록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가까운 지인과의 저녁식사 자리라도 양해를 구하고 일찍 일어났습니다. 4/ 셋째, 조찬강연 모임을 가지 않았습니다. 처음 몇번은 분위기에 휩쓸려 참석했지만 네트워킹이 주된 목적이라는 걸 알고는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배우고 싶은 영역이 생기면 따로 전문가를 찾아가서 만나는 게 더 효과적이더군요. 조찬모임을 갈 시간에 홀로 명상하거나 집 근처 산에 오르는 게 훨씬 도움이 됐습니다. 5/ 일중독자에 대해서 회사에서는 걱정을 해주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치켜세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심지어 고성과자의 경우 심리테스트 결과 자신의 스트레스 수준이 동료들보다 낮다고 진단받으면 안심하기는커녕 내가 혹시 일을 덜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박적 우려를 하기도 합니다. 6/ 일중독자의 경우 그의 공적 자아는 발달해 있지만 사적 자아는 미발육 상태에 머문 경우가 많습니다. 사적 자아는 외부의 성취와 인정이 아니라 나 자신 그 자체로서 아름답고 훌륭하고 또 사랑받고 있다는, 관계 속에서의 체험에서 성장하는 것이지요. 모든 에너지를 공적 자아의 실현에 쏟아부어 많은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간혹 실패의 순간이 오기도 하는 법입니다. 7/ 일이 빠진 삶이란 공허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부분집합으로서의 일 때문에 삶이 망가져서도 안 되겠지요. 2021년 일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 ‘나만의 원칙’을 정해봅시다.
2021년 1월 24일 오후 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