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살아 보니 어떠셨어요?
나는 그냥 오롯이 그 시간을 살았어요. '혜자'라는 어떤 여자가 있었어요. 서민이지만 다정했던 여자지요.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해 아이 하나 낳고 알콩달콩 살았는데 비극의 현대사 속에서 남편을 잃었어요. 살면서 그 여자는 돈이 제일 무서웠어요. 열심히 살다 좀 살 만하니까 치매에 걸린 거죠. 참 다행인 건 일평생 그 여자는 마음 밭이 좋았어요.
Q.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챕터에서 선생이 찾은 건 무엇인가요?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이죠. 우리는 이제까지 치매라고 하면 며느리가 밥 안 줬다고 악을 쓰는 노인만 봤잖아요. 살아 보니 제일 아름다웠던 순간도 가슴 아팠던 순간도 다 소중하게 모여서 기억이 돼요. 뇌가 쪼그라들어도 우리는 사랑하고 사랑받은 기억으로 살아요.
Q. 스물다섯 살 '혜자'를 살아서 행복하셨어요?
행복했죠. 사랑하는 이를 기다리던 시간도 같이 보던 노을도…. 정말 눈부시게 행복했어요. 퍼즐처럼 맞춰지는 우리의 눈부신 시간들.
Q. 마지막으로 들려주세요. 시간이란 무엇입니까?
시간은요, 정말 덧없이 확 가 버려요. 어머나, 하고 놀라면 까무룩 한세월이야. 안타까운 건 그걸 나이 들어야 알죠. 똑똑하고 예민한 청년들은 젊어서 그걸 알아요. 일찍 철이 들더군요.
그런데 또 당장 반짝이는 성취만 아름다운 건 아니에요. 오로라는 우주의 에러인데 아름답잖아요. 에러도 빛이 날 수 있어요. (미소 지으며) 하지만 늙어서까지 에러는 곤란해요. 다시 살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 지금, 눈앞에 주어진 시간을 잘 붙들어요. 살아 보니 시간만큼 공평한 게 없어요.
드라마 <눈이 부시게>를 펑펑 울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배우 김혜자는 이런 마음으로 연기를 했구나 싶었다. 마케팅 인사이트도 좋지만, 매일매일 회사에서 자존감이 떨어지는 나를 위한 기록. 뭐라 콕 찝어 말할 순 없지만 뭔가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퍼블리뷰 #9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