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포티forty 생활, 넌 나처럼 일하지마> 물러나는 중입니다.04 "뭐해 아직 퇴근 안 하고? 일찍 들어가 일찍." 잠깐 야식을 하고 편집실에 들어왔더니, 퇴근한 줄 알았던 후배가 떡하니 앉아 있었다. 음료수와 초코바를 키보드 옆에 세팅하고, 슬리퍼까지 신고, 돌부처처럼 자리 잡은 걸 보니 아무래도 밤샐 작정인가 보다. 헤드셋을 벗으며 그녀가 말했다. "내일까지 업로드해야 해서요." "어디 보자, 어디까지 했어?" 적당함의 수준을 잘 모를 때가 있다.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지점, 남은 모르고 나만 아는 디테일한 지점이 있다. 성실한 친구들의 특징은 남이 알든 모르든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을 못한다는 거다. 이 녀석 오늘 이 지점을 가지고 밤샐 작정이었다. 몇 가지 편집 포인트를 짚어주고 먼저 일어났다. 같이 있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다. 아무래도 남은 일은 새벽에 나와서 해야겠다. 마음이 안돼서 나가는 길에 다시 한 마디 덧붙였다. "조금만 하다가 가. 넌 나처럼 일하지 마라. 그러다 몸 망가져." 뉴미디어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파견근무를 온 후배다. 제법 편집을 배우고 와서인지 말귀를 잘 알아들었다. 잠깐 있다가 갈 사람인 걸 아는데, 꼭 붙들었으면 하는 사람이다. 자기가 하는 일이 즐거워서 말려도 하고 마는 사람. 이런 사람 요즘 드물다. 참 기특한데..., 그런데 자꾸 불안하다. 나도 그러다가 쓰러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번 아웃된 후에 회복하는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후배들에겐 이렇게 일 시키고 싶지 않았다. 가족이라든가, 인생의 의미라든가 그런 큰 의미보다 그냥 그들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지속시켜나갈 수 있는 '적절한 선'을 지켜주고 싶었다. .... 후략...

너무 열심히 하지마, 좋아하는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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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6일 오전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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