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을 위한 워라밸과 조직 문화
- 며칠 전 NPR에서 읽은 흥미로운 기사. 미국 건강보험회사 시그나가 미국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5명 중 3명 (61%)은 '외로움'을 호소한다고 한다. 이는 2018년 설문조사 대비 13%나 오른 수치.
- 흥미로운 요소는 네 가지. 하나, 소셜 미디어 사용 빈도가 높을수록 외로움을 호소했다. 둘, 워라밸이 좋을수록 외로움을 '덜' 호소했다. 셋, 해당 직장을 다닌 지 6개월 이내인 사람이 10년 이상인 사람보다 더 외로움을 호소했다. 넷, 젠지 세대가 더 외로움을 호소함
- 하나 : 소셜미디어는 무슨 영향을 주는 걸까. 인스타그램, 스냅챗, 페이스북을 볼 때 우리는 스스로를 타인과 비교한다. 나 없는 술자리, 내가 초대받지 못한 파티 등. 이럴수록 개인은 고립되었다고 느끼고 외로움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소셜미디어를 '잘' 사용하는 법을 논의해야 한다. 단순히 트인낭이라고 비꼴 게 아니라.
- 둘 : 밸런스가 중요하다. 직장일이 안 풀려도, 퇴근 후에 다른 행복을 찾으면 된다. 직장 내 관계가 꼬이면, 퇴근 후 다른 관계로 회복하면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단 하나의 커뮤니티다. 그게 직장일 이유는 없다. 계란은 여러 바구니에 담아야 하고, 삶 만족도의 척도도 여러 군데에 담아야 한다.
- 셋 : 전학생이 겪는 외로움은 당연하다. 조직은 단순히 좋은 인재를 뽑는 일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떻게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 신입사원들도 6개월 내에 멘탈이 터지고, 1~2년 내에 탈주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해당 신입사원에 초점을 돌릴 게 아니라, 해당 조직에도 물어봐야 한다. 우리는 뽑는 것을 넘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
- 넷 : 젠지세대는 언론에 스스로를 표현하는 데에 익숙하고, 혼자 즐기는 일이 자연스럽다고 묘사된다. 하지만, 이들 중 외로움을 호소한 비율이 높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1) 스스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외로움을 더욱 '잘' 느끼는 것인지 2) 더 잘 표현하고, 쉽게 연결되는 행위가 오히려 외로움을 키우는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 아래 기사에 인용된 전문가들은 결국 외로움을 해소하는 일은 '오프라인 대인 관계(in-person communication)'라고 한다. 고객이 클래스101, 트레바리 등에 열광하는 이유에는 자기계발 열풍과 워라밸 트렌드를 넘어 이런 심리기저가 있을 테다.
하지만 이 역시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할 '수' 있다.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진중한 관계를 맺는 일은 특정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체험하는 일로서 해결할 수만은 없다.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떻게 해야 더 의미있는 대화와 관계를 맺을 수 있게끔 문화를 만들 수 있나에 고민해야 한다. 좋은 인간 관계에 대한 정의도 논해봐야 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경제적 인센티브'만으로 사람을 묶어두거나 데려올 순 없다. 해당 조직이 신규 조직원을 얼마나 쉽게 받아들이고 적응시키는지 고민해야 한다. 넷플릭스 파워풀과 삼성전자 초격차가 각광받으며 비교적 기계적인 인센티브를 통한 조직문화 형성이 최근의 트렌드로 여겨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진짜 인재를 품는 일은 결국 해당 조직원의 외로움을 만져야 한다는 점에서 조직 운영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먼저가 아닐까라는 낭만적인 생각도 든다.
어떠한 논의에도 변하지 않는 한 가지 : 워라밸은 인간의 지속가능성과 조직의 지속가능성 모두를 위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