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대한 단상> 나는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조건은 콘텐츠 그 자체의 퀄리티와 이에 감응한 팬들의 충성도라고 생각한다. 팬들은 단순히 스스로 소비하고 멈추지 않고 자신과 같이 해당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하며 이것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된다. 이런 일반적인 현상이 웹툰에서는 활발히 일어나는 것 같지 않고, 이것이 가장 큰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웹툰을 문화로 받아들이고 이를 집단으로 소비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독자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작품과 작가에게 쏟아내는 부정적인 영향을 방지하기 위함인 것 같고,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방대한 작품을 쏟아내다 보니 보편적인 독자를 노리기 보다는 특수한 집단에게만 통용되는 정서에 맞게 작품을 세분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특정 독자층의 충성도나 결제 의도를 높이기 위함이겠지만, 결국 콘텐츠 시장에서의 성공여부는 보편성에 있다. 보편성은 팬을 확보하고 팬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IP의 가치를 드높인다. 국내 웹툰 참여자들(주로 경영진들)이 이러한 과정에 대한 이해나 고민 없이 단순히 히트작을 찾아서 드라마나 영화로 스핀오프 시키려는 트렌드가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지만 보편적인 작품이라고 해서 꼭 일상 생활을 다루거나 현실을 배경으로 할 필요는 없다. 일본 출판만화가 성공적인 이유는 그것이 현실적이거나 일상적이기 때문이 아니다. 특정 세대의 집단이나 보편적인 인류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뛰어난 작품은 욕망을 자극하지 않고 감정을 자극한다. 일본 만화계에서 시작된 이세계물의 범람은 이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현재를 비관하고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것은 신세대의 특징도 아니고 그동안의 문화 콘텐츠에서 등장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표면에 나타나는 '싫은 일을 회피하고 자신의 능력으로 욕망을 모두 이루고 인정받는 것'이라는 욕망에만 집중한 작품들이 마치 새로운 흐름인 것 마냥 표현되고 있다. 아니다, 이는 표면적인 분석의 한계이고 표현력의 한계이다. '주술회전'과 '체인소맨'은 인간의 불안한 감정을 잘 분석하고 표현해냈기에 성공한 것이다. 작품의 표면적인 형식이나 표현 방식은 부차적인 문제다. 인간에 대한 고민과 이해를 통해 보편적인 메세지를 던지지 못하는 작가는 성공할 수 없고, 이러한 성공 요소에 대한 고민이 없는 기업과 시장은 성장할 수 없다. 개연성, 매력적인 캐릭터, 스토리의 호소력 등 우리가 보통 작품을 평가할 때 적용하는 기준들이 모두 이러한 고민에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국내에도 인지도가 낮은 작품들 중에 오히려 이러한 것을 잘 파악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국내 플렛폼들은 조회수에만 신경쓰며 작품의 잠재가치를 끌어내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 이는 모두 처음부터 커뮤니티 형성에 소흘했던 탓이다.

한국 웹툰은 정말 일본 만화를 무너뜨렸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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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7일 오전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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