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많은 방어기제를 가지고 산다. 헤어질 기미가 보이면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도 방어기제 중 하나다. 당연히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NO!’라고 말하는 것 역시 그렇다. 내가 배우 ‘남궁민’을 처음 주목한 건 그의 연기 때문이 아니라, 인터뷰 기사 때문이었다. 서브 남자 주인공 역할만 들어오던 시절, 다섯 작품을 연달아 거절해서 생겼던 긴 공백기를 회상하며 그는 그때 배운 점을 담담히 말했다. “배우는 본인이 하고 싶은 캐릭터를 소화하는걸 즐거움과 덕목으로 삼으면 안 되겠더라. 어떤 역할이든 도전해서 소화하는게 더 매력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후배들에게도 말한다. 조금 부족한 캐릭터라도 일단 맡아라. 더 좋은 캐릭터를 하겠다고 흐름을 끊으면 안 된다.” 그는 이후 많은 연기를 선보였고,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같은 압도적이며 상처 많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다. 가수이자 배우인 김창완에게 꾸준히 일하는 비결을 물은 적이 있는데, 그는 침착하게 말했다. “어떤 일이든 그만두겠다고 먼저 말하지 않는 것. 그냥 계속하는 것. 잘릴 때까지.” 사람들이 자주 인용하는 고전적인 말 중에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가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최근에는 반대로 뒤집혀서 ‘살아남은 자가 강하다’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다만 매 순간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나는 이제 버리고 떠나는 사람보다, 남아서 버티는 삶을 더 존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폼 나지 않고 찌질하지만, 그 안에서 견디며 자기 색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 말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용기란 투쟁이 아닌 수용이다. 삶에 오만해지지 않기 위한 수용 말이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두 예술가가 오래 달린 비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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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18일 오후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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