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과 도전 그 사이 _ 1편 도망이면 어때? 11월을 목전에 앞둔 저는 올해 3가지를 얻었습니다. 1. (아직까지는) 꽤 만족스러운 이직 2. (아직까지는) 무사고 운전자 타이틀 3. 꽤 재미있는 세컨 프로젝트 오늘은 1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이직 전 직장도 꽤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지역에서 유명한 제조 기업이자 대기업 흉내를 곧잘 내는 중견 기업이었죠. 경상도 제조 기업 답게 (이거…비하발언일까…?) 타 부서는 쌍욕, 성희롱, 까라면 까! 가 만연하는 끔찍한 곳이었지만 제가 속해 있던 부서는 꽤나 깔끔하고, 상식적이고, 임원들에게 실적으로 인정받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인정받는 구성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잦은 야근에 피곤하고 상사의 급작스런 업무 요청에 곤란해도 직무가 정말 잘 맞았거든요. =) 퇴사의 도화선이라면, 상사의 한마디였죠. “00아, 1년 넘게 놀다가 이제 일하는 소감이 어때?” 굳이 할 필요 없는 말을 한 상사에게 저는 본때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주 어리고 충동적인 선택이었지만,,, [아! 그들에게 나는 노는 사람이었구나. 지금껏 프로젝트로 고생 했다는 말은 형식적인 말이었구나! 그래, 잉여 인력은 나가줘야 기업에 이익이지]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지금 생각 해보니 그분, 귀인일까요…? 자발적인 퇴사였지만 그 과정은 아주 죄송하고 힘들었습니다. 나의 업무를 누군가에게 짊어주어야 했고, 좋아하는 동료들 많았기에 꼭 그들을 버리고 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결정적으로, 다른 회사는 지금처럼 좋은 동료가 없겠지? 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런 절 보며 한 동료가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해주었죠. “00아, 나도 이직을 해봤지만 좋은 사람은 어딜 가나 있어. 그런 두려움으로 이직을 망설이는 건 글쎄, 바보같은 일이 아닐까?” 정말 현실적이고 용기가 나는 말이었습니다. 어쩌면 저도 알고 있었지만, 안주하고 싶던 핑계 중 하나였던 것일지도 모르죠. 퇴직 후 저는 1주일간의 백수생활을 즐겼고, 곧 하루 12시간씩 독서실에서 생활하는 회백색의 취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온전히 내 선택으로 시작한 시험 공부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문득 문득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저를 휘감았지만, 그 두려움에 잡아 먹히기엔 너무도 어리다고 생각했고, 나에 대한 믿음으로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죠. 운이 좋게 원하던 기업 중 한 곳으로 왔고, 동료들도 아주 친절합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여러 도전들은 항상 도망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취준에서 도망치기 위해 덜컥 신청한 교환학생이라던가, 대기업 취준이 두려워 도피성으로 취업을 했던 스타트업이라던가… 글쎄요, 일반인의 인생에서 온전한 도전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죠. 우리 모두 도망치듯 살고 있을지라도, 그것을 견디고 그 안에서 성취해내면 그건 결국 도전의 삶이 아닐까요? 결코 거대하지 않은 도전들, 그게 각자의 삶을 바꿀거에요!
2021년 10월 24일 오전 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