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배민 카카오 플랫폼노동 200일의 기록 >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은 사람이 필요해서 하는게 아니다. '로봇이 할 수 없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즉, 로봇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내도록 노동 구조가 설계되어있다. 쿠팡 물류센터의 노동자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 PDA가 정해주는 곳에서 가서 물건을 찾고, PDA가 요구한 만큼 물건을 집고, 요청한 곳으로 옮긴다. 물건마다 규격이 다르기에 카트에 물건을 담는 요령이 약간 필요하다. 물론 이마저도 로봇이 조금씩 대체하고 있다. SSG의 '네오' 로봇이 있는 물류센터의 작업자는 쿠팡 물류센터의 1/4이다. 플랫폼이 성공하기 위해 소비자는 '데이터'로, 노동자는 '평판'으로 철저하게 통제한다. UPH(시간당 집품 개수)가 90 아래로 떨어지는 쿠팡 물류센터 다음 날 출근하지 못할 수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은 빨래를 돌려놓고 빨래방 앞 이디야 카페에서 읽었다. 빨래가 돌아가는 한 시간 남짓 동안 카페의 손님은 나를 포함해 3명이었지만 배민, 요기요 등 플랫폼 노동자가 배달한 음료는 20잔이 넘었다. 그들 모두 아주 익숙하다는 듯 카페에 들렀다. "배민이요," "잠시만 기다리겠어요?" "네." "여기요." "많이 파세요." 적당한 인사가 몇마디에 금세 사라진다. 가게를 나오자 한적한 코너에 배달 오토바이 5대가 있었고 그중 셋이 스마트 폰을 뚫어지라 보면서 다음 콜을 잡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스마트폰 세 대를 연달아 이어붙여 태블릿 사이즈 케이스에 붙여놓고 쓰고 있었다. 5,200만 '배달의 민족' 중 배달 플랫폼을 쓰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그들 누구도 '직업이 뭡니까?'라는 대답에 할 말이 없어진다. 텍사스 출신의 백인이 색소 변화 수술로 흑인으로 변장한 여행기, '블랙 라이크 미'가 떠올랐다. '블랙 라이크 미'는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사회적 영향력이 아주 컸다는 말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닉 서르닉이 플랫폼이 노동과 생산을 외주화하는 현실을 꼬집든 칼 폴라니가 노동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든 사람들은 읽지도 듣지 않는다. 무엇이든 배달하는 세상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누군가의 직접 보고, 말하고, 외쳐야 한다. 이런 글이 더 많아져야 한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 - 교보문고

KYOBOBOOK

뭐든 다 배달합니다 - 교보문고

2021년 11월 6일 오전 10:28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