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의 성공은 정말 놀랍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드라마, 우리나라 어른들이 즐겨했던 게임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 우리나라 작가가 쓰고 우리나라 배우로 가득한 드라마가 전 세계 최고의 드라마로 선택받다니.
당연한 일이지만 오징어 게임이 세계 1위에 오르자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공감 가는 분석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 모르겠다’는 어느 전문가의 기고였다. 그렇다.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때 기적이라고 한다. 오징어 게임은 대한민국에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을 데이터로 보여준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이제는 일상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10년의 변화, 즉 디지털 문명 전환에 기적의 근본 원인이 있다.
시스템이 갖고 있던 권력이 소비자에게로 이동하면서 대한민국이 문명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는 오직 데이터로 결정하고 투자하는 기업이다. 그들의 투자 기준은 소비자의 팬덤이다. 한국의 웹툰은 세계 100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아시아에서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는 글로벌 시장 진출은 커녕, 일본 만화에 밀려 안방 지키기도 힘겨워하던 만화시장이 웹툰 플랫폼으로 전환하면서 거대 산업으로 성장 중이다. 그 비결은 인기 작가 중심의 도제식 시스템 대신, 소비자의 선택만을 기준으로 삼는 웹툰 플랫폼의 새로운 법칙 덕택이다.
누구든 웹툰을 그려 올리고 선택받은 자는 성공한다. 이렇게 되자 재능 있는 젊은 친구들이 권력에 아부할 필요 없이 도전하고 자신만의 힘으로 큰 성공을 거둔다. 웹툰 작가의 성공은 시장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힘이 되었고, K웹툰의 팬덤은 아시아 전체로 확산됐다.
그걸 확인한 넷플릭스의 투자는 당연한 일이었고, 이태원 클라쓰, DP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작았던 한국 만화시장은 디지털 문명으로 빠르게 전환해 드라마 시장과 융합하며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 중이다.
오징어 게임의 기적을 만든 거대한 대한민국 팬덤을 만들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K팝과 K드라마가 오래도록 길을 닦았고, 웹툰 작가도, 유튜버도, 우리 국민의 수준 높은 문화도 큰 몫을 했다. ‘인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긴 세월 갈고 닦아 결국 세계인의 선택을 받았다.
디지털 신대륙에서는 꼼수도, 뇌물도, 치사한 권력의 남용도 성공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오직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실력만이 성패를 가를 뿐이다. 그 치열하고 공평한 경쟁에서 대한민국이 기적을 만들고 있다. 우연이 아니라 실력이다. 오징어 게임의 기적이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