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가져온 직장인 라이프 변화 🤖🤖 코로나 발생 이후 2020년 3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으니 어느덧 곧 만 2년이다. 재택근무가 1년 미만이었을 때는 코로나 때문에 임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고 언제든 사무실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 전제였다. 그런데 2년의 시간이 다가오는 지금 시점에 되돌아보니 이미 많은 변화가 임시방편이 아니라 영구 변화로 자리가 잡혔음을 깨닫게 된다. 그중 내가 개인적으로 체감하는 변화를 써 볼까 한다. ​ 1. 삶의 중심 이동 급성장의 산업화 시대에는 워커홀릭이 성공을 보장하는 지름길로 여겨지곤 했다. 월화수목금금금 목숨 바쳐 일하는 사람들이 승진 가도를 걸었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본인 건강이나 가정을 등한시하면서까지 일에 올인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모두들 그렇게 사니 그 흐름에 동참하지 않으면 밀리거나 혹은 낙오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왔던 게 불과 몇 년 전 코로나 이전의 삶의 모습이다. 나 또한 워커홀릭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코로나로 일시 멈춤 상태가 되었다. 모두 앞만 보고 달리던 중에 갑자기 멈춤 신호가 켜진 것이다. ​ 본인이나 가족이 코로나에 걸려 어려움을 겪거나 연일 쏟아지는 코로나 뉴스를 보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가 한 끗 차이라는 사실을 현실로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없이 일만 보고 달려왔던 내 인생에서 ‘내가 일을 왜 하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이지?” 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게 된 것이다. ​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던 비즈니스 섹터가 대량 해고를 이어갔을 땐 내게 닥친 일이 아니었더라도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대상이었음을 자각하기에 충분한 여파였다. 내 삶에서 직장의 의존도는 얼마나 되는지, 나는 그동안 일에 끌려다녔던 건지 아니면 일을 끌고 가고 있었던 건지, 명함이 없는 나의 생존력과 존재감은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 2. 다양해진 근무형태 출퇴근이 디폴트였던 근무형태에 대해 모두가 why?라는 질문을 갖게 되었다. 재택근무(혹은 리모트근무)가 선택 가능한 옵션이 되자 직장 근처에 주거지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가 약해졌다. 특정 지역에 정착을 해야 한다는 조건은 라이프 패턴을 선택하는데 큰 장애가 되곤 한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학교 근처, 직장을 다니는 동안에는 직장 근처, 아이가 크는 동안에는 좋은 학군 지역에 머물러야 하는 제한으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여러 가지 인생의 초이스들이 생기게 된다. 특히 결혼을 한 커플의 경우 두 사람 모두 커리어를 이어 갈 수 있는 지역을 찾는다는 게 큰 어려움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한 사람이 커리어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나의 경우에도 남편의 이직으로 나까지 덩달아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재택근무가 옵션이었다면 이직하지 않고 직장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 출퇴근이 여의치 않아서 혹은 좀 더 자유롭고 싶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경우들이 많았는데 재택근무가 자리를 잡고 디지털 노마드가 직장인들에게도 가능한 옵션이 된다면 훨씬 자유로운 직장인의 삶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내가 꿈꾸는 유목민의 삶을 굳이 은퇴 이후로 미루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아이러니하게도 굳이 은퇴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없어졌다고나 할까? ​ 3. 가벼워진 관계의 무게 코로나로 알게 된 사실, 번아웃.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회적인 관계들로 번아웃이 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종교활동, 직장 생활, 동창 모임, 학부모 모임, 일가친척 지인들의 결혼식, 돌잔치, 장례식 등등… 브레이크 없이 밀려다녔던 수많은 관계들로부터 강제된 사회적 격리와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문득 그동안 얼마나 많은 피로도가 쌓였었는지를 자각하게 되었다. ​ 흥미롭게도 이러한 강제된 혹은 선택적인 사회적 단절이 은퇴 이후 겪게 될 사회적 단절을 미리 경험해 보는 찬스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사회적 고립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해방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나는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알아보는 체험의 삶의 현장이다. ​ 4. 외향성의 사회적 가치 평가 기존의 오프라인 세상에서는 오랫동안 외향적인 적극성, 사회성, 관계성, 주도성, 리더십, 카리스마, 이런 성향이 좋고 필요한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무대 위에서 청중을 휘어잡는 스피치 스킬이라든지, 회식 자리에서 멋들어진 건배사를 외치며 분위기를 압도한다든지, 모르는 사람들 잔뜩인 연말 파티에서 이 사람 저 사람 쉽게 다가간다든지, 큰 목소리나 무서운 눈빛으로 제압을 한다든지, 세상에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인맥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훨씬 좋은 평가를 받는 사회 기대감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일련의 기대치에 부응하기 위해 써야 했던 많은 가면들이 있지 않았나 싶다.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는 이런 과한 노력이 들어가는 에너지 발산이 줄고 자가 충전 시간이 생기자 에너지 레벨이 올라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외향성 중심 사회에서 밸런스 사회로 잘 정착하기를… ​ 대퇴사(Great Resignation) 뉴스와 분석이 심상치 않다. 노동시장에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건 분명한 듯하다. 변화는 두렵고 때론 생채기를 내지만 갈아 엎어진 밭 후에는 분명 새로운 싹이 탄생한다. 이 변화의 중심에 선 직장인으로 내가 원하는 라이프를 그려본다. 기대되는 건 고용주와 훨씬 다이나믹한 썸을 탈 수 있지 않을까…. ​ "내 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니꺼인 듯 니꺼 아닌 니꺼 같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