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변태같은 취미 중에 하나는, 강동역에서 명일역 인근까지 걸어가기였다. 지하철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지만 걸어가면 1시간은 족히 걸렸다. 대신 갈 때마다 다른 경로를 개척했다. 이렇게도 가보고, 저렇게도 가보고. 청소년 출입금지 푯말이 걸려있는 천호동 쾌락의 거리도 가보고, 강풀 거리도 들러보고, 부르주아 냄새 풀풀나는 암사동 인근 아파트를 구경하면서도 가보고. 그럴 때마다 내가 보지 못한 동네를 보아서 좋았다. 아파트만 보이던 동네에는 여전히 반지하가 많았고, 제대로 된 카페 하나 없어보이던 동네 구석구석에 인스타그램 감성감성한 카페가 무럭무럭 크고 있더라. 등산의 매력도 거기에 있을 테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잘 정돈된 자연을 맞이할 수 있는 공간은 몇 없다. 아니, 반대로 봐야 한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자연접근성이 높은 곳 자체가 몇 없을 테다. 밴쿠버 같이 날씨와 경관으로 유명한 대도시를 제외하면, 전세계적으로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신기하긴 하지. 코엑스에서 좀 내려가면 우악스러운 산들이 있으니. 무엇보다 레깅스를 비롯한 애슬레져룩 + 인스타그램 + 코로나 시국 여러 가지가 겹쳐서 이런 글까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더군다나 등산은 힘든 과정을 빼고, 그 위에서 멋진 광경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 쉽게 말하면, 등산하는 과정은 누구도 인스타에 안올리니고. 나 역시 친구들과 등산을 자주 다녔지만, 사실 코로나 시국 등산은 좀... 뭔가 거시기했다. 이걸 새로운 취미로 봐야 하는지, 코로나 시국의 개망나니짓으로 봐야 하는지.

밀레니얼 힙스터의 새로운 취미,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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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4일 오전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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