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품은 아이리버가 2003년 4월에 출시했던 iFP-300이라는 MP3 플레이어다. ‘더 크래프트’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 제품이 기억나는 이유는 강렬한 디자인 때문이다. 전자 제품은 네모 형태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스케이드보드를 닮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 이후로 MP3 플레이어는 단순히 음악을 듣는 제품이 아니라 패션 아이템처럼 소비됐다."
미국 진출 6개월 만에 미국시장 점유율 1위, 설립 4년 만에 국내시장 점유율 70%. 세계시장 점유율 25%. 디자인경영을 최초로 전자제품에 도입한 회사. 아이리버를 만든 레인콤의 시작은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었다. 애플이 아이팟이라는 희대의 제품으로 MP3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지난주 양덕준 대표의 부고 소식이 전해진 후 그가 설립한 기업 레인콤에 대한 이야기가 재조명 되는 중. 레인콤의 성공과 실패를 다룬 책 '거인과 싸우는법'을 보면 레인콤은 적이 아닌 내부의 거인에 의해 무너졌다는 자체 평가를 내린다. 애플이 잠식해오는 시장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자신감을 넘어선 자만심이 실패의 요인이자 한계였다는 것. 지금 잘 나가는 기업들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 언제 제2의 레인콤이, 제2의 애플이 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