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 인류 미래 자연 다양성 | 세바시 117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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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을 파괴하지 마세요> 1. 창의성이란 것은 (효율성이 높은 곳이 아니라) 시끄러운 곳에서 나와요. 2. 모두가 다 똑같고, 모든 일이 다 질서정연하고 잘 이루어지는 그런 곳에선 창의성이 잘 안 나옵니다. 3. 좀 부딪히고, 서로 달라가지고 투닥거리고 이런 곳에서 어쩌다가 잘못 부딪혔는데 그게 불꽃이 튀면서 거대한 불로 번져가지고 대박을 치는 거거든요. 4. (말을 살짝 바꾸면) 창의성이라는 건 (결국) 다양성에서 나오는 겁니다. 5. 자연 생태계는 네트워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아래에서 일어난 일들이 먹이사슬을 타고 올라가면서 위로 올라갈수록 농축이 일어납니다. 6. 과학책 중에 영원한 베스트셀러가 '이기적 유전자'인데요. 그 책을 쓰신 분은 옥스퍼드 대학은 리처드 도킨스지만, 그 분이 그 아이디어를 제일 먼저 낸 분은 아닙니다. 7. '윌리엄 해밀턴'이라는 생물학자의 아이디어를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책으로 쓰신 분이 도킨스고요. 8. 그런데 윌리엄 해밀턴 교수님이 문학을 좋아하셨는데, 그래서 가끔 논문에 굉장히 문학적인 표현을 남기셨어요. 9. 그중에 하나가 "자연은 순수을 혐오한다"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자연의 다양성을 줄여버리면, 그 약한 부분을 공격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10. 우리가 관찰해보니까, 자연은 시간이 가면서 갈수록 점점 다양성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지금 우리가 정확하게 설명하지는 못 하는데, 자연은 끊임없이 분화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종류가 나옵니다. 11. 그런 자연의 흐름을 우리가 역행해서 우리가 하는 일들은 한결 같이 다양성을 줄이고 일사분란함, 질서정연함, 이런 것만 추구하는지 참 답답합니다. 12. 다양성이 좋아서, 편해서 추구하는 게 아니고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어야 그 사회가 훌륭하고 건강하고 튼튼한 사회가 되는 겁니다. 13. 섞여야 건강하고요. 섞여야 아름답고, 섞여야 순수합니다. 왜냐면 그 순수한 자연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섞여 왔습니다. 보다 많은 다양성을 품어야 그 사회가 점점 더 아름다운 사회가 됩니다.
2020년 6월 16일 오전 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