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소셜 미디어)이 무너지고, 커뮤니티가 뜨는 이유>
1. 페이스북의 초기 미션은 “더 열린 세상, 더 연결된 세상”이었고, 소셜미디어가 탄생한 초창기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세상을 연결시키는 것이 민주주의에 더 이로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2. 그러나 소셜미디어가 성장하면서 그런 낙관주의는 사라졌고, 다양한 악영향과 부작용이 차츰 드러났습니다.
3. 예를 들어 서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온라인 정치 토론은 실제 세상에서의 토론보다 상대를 더 자극하며 더 쉽게 비이성적인 형태로 바뀝니다.
4. 당파성이 강한 이들은 끼리끼리 어울리며 점점 더 극단적인 세계관을 만들어갑니다. 가짜 정보가 난무하고, 폭력성을 띤 이데올로기가 지지자들을 꼬드기고 있습니다.
5. 문제는 연결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셜미디어로 인해 너무 많은 의사소통이 '공개적인 공간(광장)'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일 수 있습니다.
6. 남들이 이를 모두 지켜보는 상황에서, 특히 친구, 지인, 적, 타인이 이 대화를 자기들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한 마디씩 보탠다면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7. 사회심리학자 마크 리어리는 매순간 자신이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에 관한 내면의 수치를 일컫는 소시오미터(sociometer)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8. 리어리는 인간이 자존감보다도 타인이 자신을 바람직한 짝이나 동업자로 생각하는지를 진정 중요하게 여기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합니다. 좋아요, 친구, 팔로워, 리트윗을 표시해주는 소셜미디어는 이 소시오미터를 마음 속에서 꺼내 모두가 볼 수 있게 만들어놓은 것과 같습니다.
9. 만약 사적인 대화에서 끊임없이 분노를 드러내는 사람이 있다면, 친구들은 그를 피곤한 사람이라 여길 겁니다. 하지만 구경꾼이 있을 때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10. '분노'는 그 사람의 사화적 위치를 상승시킵니다. 2017년 NYU의 윌리엄 J. 브래디와 그의 동료들이 50만 개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도덕적 또는 감정적 단어를 사용한 트윗이 평균적으로 20% 더 많이 펴졌음을 보였습니다. 퓨리서치 센터의 2017년 조사 결과, 페이스북에서 “분노 섞인 불만”을 포함한 포스팅은 다른 포스팅보다 좋아요와 공유를 포함한 반응을 두 배 가까이 얻었습니다.
11. 철학자 저스틴 토시와 브랜든 웜케는 공개적인 토론장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도덕적인 주장을 사용하는 이들을 ‘도덕적 관종(moral grandstanding)’이라 명하기도 했습니다.
12. 회의적인 청중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발표자들이 앞 사람보다 점점 더 강한 발언을 하게 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도덕적 관종들은 “상대에게 도덕적 비난을 퍼붓고, 조리돌림(public shaming)을 하며, 자신의 감정을 과장하고,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이들은 명백하게 틀렸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13. 구경꾼의 마음을 얻으려는 이 경쟁의 희생자는 진실과 미묘한 의견의 차이입니다. 도덕적 관종은 청중의 분노를 일으키기 위해 상대가 말하는 모든 말을, 때로는 같은 편의 말까지도 비판합니다. 맥락은 사라지고, 발언의 의도도 무시됩니다.
14. 인간은 험담을 하고, 자신을 꾸미며, 타인을 조종하고 배척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검투사들의 시대가 우리를 잔인하고 천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기에 아주 쉽게 빠져듭니다. 예일대학교의 심리학자 몰리 크라켓은 분노한 군중의 일원이 되는 것을 막는 정상적인 힘, 곧 냉정함을 되찾고 자신을 반성하는 능력과 조롱거리가 된 이에게 공감을 느끼는 능력이 사라지는 상황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15. 이는 바로 소셜미디어가 우리 대부분을, 매디슨이 끔찍이 피하고자 했던 분노한 정치적 시민으로 만든다는 뜻입니다. 이제 사람들은 누가 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글과 이미지를 만드는지를 두고 경쟁하면서, 그 작품이 미국 전역에 순식간에 배포되는 것과 자신들의 공개된 소시오미터를 통해 그 작품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지켜보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