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문득 든 생각이라는 제목으로 일을 하다 떠오른 고민, 걱정, 깨달음, 다짐을 가끔씩 적고 있습니다. 회의가 많았던 날, 너무 많은 모더레이팅을 하면서 지친 날, 새로운 사람과 영감 넘치는 대화를 나눈 날들이 쌓여서 이런 생각에 이른다고 믿습니다. 오늘 문득 든 생각입니다.
1️⃣ 남을 설득하려면 내가 객관적이려고 노력하기보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객관성이라는 것 자체가 상대적이기 때문에 더 객관적인 주장에 동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를 설득하려면 '객관적인 자료'를 더 모으는데 열중하는 것 이상으로 상대의 입장, 생각을 이해하려는데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결국 설득은 지식이 아니라 공감에 달려있다.
2️⃣ '나음 보다 다름'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남보다 더 무엇을 잘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나를 빛나게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결국은 '다름'이 있어야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출발하더라도 내가 남들과 다른 것, 나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경쟁력이 된다. 사람도 기업도 비슷한데, 버티컬 커머스들이 본래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카테고리로 판매물품을 확대하는 경우 정체성이 희석되면서 기존 충성고객의 경험을 헤칠 수 있다. 오늘의 집에서 호빵을 팔고, 컬리에서 냉장고를 팔기 시작했을 때 그건 '다름'이 사라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했다.
3️⃣ 다 할 수 있더라고 더 하지 않는 것. 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 근처에 내가 좋아하던 핫도그 가게가 있었다. 핫도그 가게는 내 동선에 있었고, 맛이 좋았고, 사장님은 친절했다. 손님이 적지 않았는데 가게 입구에 옷과 과일이 놓이기 시작했다. 사장님은 핫도그만 팔기에는 아까워서 옷과 과일을 들였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옷이 매장 전면 유리를 가려서 건너편에서 보면 핫도그 가게가 영업 중인지, 망한 것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옷이 점점 늘어났고 계절이 바뀌기 전에 핫도그가게는 망했다. 뭘 더 하고 싶고 할 수 있어도 넘지 말아야 하는 선이 있는 게 아닐까? 가장 좋아하던 핫도그 가게가 사라지고 말았다.
4️⃣ 가끔씩 스타트업 창업자분들이 커피챗을 요청할 때가 있다. 만나보면 절반은 이제 나보다 젊은 분들이고 대학생 때 창업을 했거나 졸업 후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케이스가 많았다. 대화를 나눠보면서 "창업자들은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라며 감탄하는 순간들이 있다. 특히,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시장에 나온 상품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가 가장 심각한지, 그게 왜 문제인지 짧은 문장을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쉽게 설명한다. 그 대화는 언제나 즐겁고 어려운 문제가 쉽게 풀릴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문제 해결 능력이 핵심이다.
5️⃣ 선택은 신중하게, 경험은 진취적으로. 연차가 쌓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곤조가 생길 수밖에 없다. 행동의 폭은 좁아지고 내가 지금 가진 것에 많은 품이 들었으니 잃을 게 많아지기 때문일까? 의도적으로 경험을 진취적으로 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시스템적으로 새로운 사람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제안이 들어오면 일단 검토해 본다. 선택은 신중하게 하되 나의 Visibility를 높이기 위해 커리어리, 링크드인, 트위터, 뉴스레터 등 누군가 000을 찾을 때 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사용성을 높인다. Visibility도 경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