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돕고 싶은 단 한 사람

새벽 감성 돋을 때 쓰는 아티클 581 인생에서 돕고 싶은 단 한 사람을 지금 떠올린다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는 예빈이를 돕고 싶습니다. 아내가 대학시절 하숙을 했는데, 하숙집 주인어른의 손녀가 오늘의 주인공 예빈이입니다. 하숙집 주인어른은 아내를 친딸과 같이 돌봐주셨습니다. 매 끼니 따스운 밥을 지어주시고, 아프고 힘들 때 곁에서 도움을 주시고 기도해 주신 마음이 정말 따뜻한 분입니다. 제가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으니 하숙집 주인어른과 예빈이를 알고 지낸 시간도 10년이 되었습니다. 10년 전 예빈이가 8살 초등학생이었네요. 결혼한다고 하숙집 주인어른에게 인사를 하러 갔을 때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던 예빈이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낯을 심하게 가리는 편이어서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빈이는 처음부터 저를 좋아해 주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어떻게 잘 해준 것도 아닌데 제 말과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웃어주었습니다. 참고로 예빈이도 파워 내성적인 성향으로 다른 어른 사람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고 그의 엄마로부터 이야기 들었습니다. 주변 어른들은 예빈이를 특이하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며 핸드폰으로 웹툰을 보거나 SNS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돌출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데 그 나이 또래 아이들과 달라 보이는 것을 두고 주변 어른들은 특이하다며 의아해 합니다. 예빈이가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으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지내는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빈이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되었을 때, 그의 엄마가 예빈이 진로를 두고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고 여전히 책과 그림, 웹툰과 SNS를 더 많이 하는 딸이 걱정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엄마들과 같이 딸에게 잔소리를 늘어놓았겠죠? 사춘기 소녀에게 잔소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빈번한 싸움으로 서로 감정만 상하고,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도움 요청이 왔습니다. 평소 청년들을 대상으로 커리어 코칭을 하고 있었고, 예빈이가 호의적으로 대하는 유일한 어른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른 청년들을 돕고 있듯이 사춘기 소녀 예빈이도 돕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10년 전부터 아내를 돌봐주시고, 지금까지 따뜻하게 대해주시는 하숙집 어른에게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특이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도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고, 혼자 좋아하는 것을 하며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이 예빈이와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어른들과 다르게 예빈이가 평범해 보였습니다. 사람들은 나와 다르면 '특이하다' 또는 '이상하다' 생각합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특이하거나 이상한 것이 맞죠. 상식이라는 것도 사람마다 보유 수준과 기준이 다르니 100% 맞는 말은 아니기도 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특이하거나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도덕하거나 불법이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혼자 즐길 수 있는 일을 한다고 특이하거나 이상한 사람이라고 이야기 듣는 것이 저는 더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빈이는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방법에 대해서 궁금해했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대학에 가면 이후에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과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사춘기 소녀가 특이하고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지극히 평범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특이하고 이상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아서 마음이 힘들었겠다는 공감이 되었습니다. 예빈이의 고민을 듣고 저는 대단히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좋아하는 것을 즐기면 된다고, 계속 좋아하는 것을 즐기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직업인이 되거나 좋아하는 것을 계속 즐길 수 있는 여유 있는 삶의 환경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공통점이 있다면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 나를 더 탐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로 예빈이가 달라졌다는 미담은 생략합니다. 가끔 메신저로 안부를 묻는 정도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대화 한 번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그에게 줄 수 있었겠습니까. 예빈이가 달라졌다면 아마도 그를 위해 밤낮으로 돌보며 기도하는 엄마와 할머니 덕분이겠지요.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예빈이를 돕고 싶습니다.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고, 수능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요. 그런 거 말고 예빈이가 스스로를 바로 알고, 직로를 탐색하는 일을 돕고 싶습니다. 명문대를 가는 것보다, 미래에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될 것인지 같이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공부만 열심히 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20대와 30대, 그리고 지금까지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하고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끊이지 않습니다. 제가 겪은 방황과 시행착오를 예빈이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과 청년들이 똑같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미래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같이 고민하고 도전하는 여정을 함께 걸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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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24일 오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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