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의 트렌드+
캠코더와 디카를 들고 헤드폰을 쓴다?
1990년 중반∼2000년 초에 태어난 Z세대가 예전 세대 '레트로' 문화에 열광하고 있다.
먼저 패션에서 2000년대 Y2K 패션의 열기가 계속되고 있다. 걸그룹 '뉴진스'의 인기와 함께 대중문화 전반으로 Y2K 트렌드가 널리 퍼졌다. 특히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에는 과거의 학창 시절을 콘셉트로 한국식 교복과 캠코더를 등장시켜 학창시절의 동심을 뒤흔들었다.
커머스도 뜨겁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에서는 레트로 카메라 열풍으로 가전·디지털 카테고리 수요가 급증했다. '블링몬스터즈'의 빈티지 캠코더 상품 판매량은 직전 동기 대비 2배 늘었다.
소니코리아에 따르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구매자 중 15~34세 비중이 2019년 31%에서 2022년 81%로 늘었다. 20대를 중심으로 헤드폰을 착용하거나 목에 걸친다.
10대, 20대는 디카나 캠코더 촬영 효과를 내주는 SNS 카메라 필터와 편집 앱도 사용한다. 고화질의 스마트 폰으로 '빈티지', '레트로', '디토', 'VHS' 등의 필터로 보정해 일부러 흐릿한 사진을 담는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런 패션과 아이템을 찾는 이들이 실제로 사용되던 그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아기였을 것이다. 무의식에 그 당시의 모습이 새겨진 걸까? 어떻게 과거와 현재가 만나게 된 걸까?
브랜드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옛날의 향수를 찾는다. 호기심, 새로움, 신기함, 강렬함, 즐거움. 어떤 브랜드는 전혀 알지 못했음에도 어디선가 본 듯한, 추억을 갖고 있는 듯한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아네모이아Anemoia] 경험하지 못한 추억과 시대에 대한 향수(nostalgia)
어떤 ‘현상’이나 ‘트렌드’라기보다는 감정 상태에 가깝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요즘 Z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Y2K 컬처의 뜨거운 반응은 아네모이아로 해석해볼 수 있다.
이렇게 Y2K 컬처의 영향력은 조금씩 변주할 뿐 사라지지 않고 몇 년간 지속되고 있다. 이제는 잠깐의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새로운 문화양식이 되고 있다. 결국 문화는 돌고 돈다. 이러다가 다시 잊혀진 이전의 문화코드가 떠올라서 지금의 문화를 뒤덮을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브랜드와 마케팅 담당자, 기획자라면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마주하고 시대를 무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대를 무기로 휘두를 수 있다면, 그대 영역에서의 뉴진스도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