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중문화계에서 손꼽는 ‘센 언니’들이 참 많지만, 최고의 ‘센 언니’는 가수 제시가 아닐까? 가요계와 예능계를 아우르는 가장 핫한 스타 중 하나로 떠오른 제시. 이러한 인기를 방증하듯 그녀가 KBS 2TV ‘대화의 희열 시즌 3’의 토크쇼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해서 눈여겨보게 됐다.
‘센 언니’의 거침없는 입담을 기대하며 챙겨 본 ‘대화의 희열’. 놀랍게도 ‘센 언니’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고생이 참으로 많았더라. 2005년 ‘제시카 HO’라는 이름으로 데뷔와 동시에 쫄딱 망하는 쓰라린 역사가 있었고, 그 뒤에 ‘업타운’에서 랩을 처음 시작했단다(맙소사 제시는 본래 래퍼가 아닌 싱어였다!).
결국 업타운도 좋은 끝을 보지 못했고, 이후 ‘럭키제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으나 역시나 그 활동으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단다. 그리고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출연했던 tvn ‘언프리티 랩 스타’를 통해 비로소 ‘제시’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
가슴에 품은 꿈 하나로 한국살이를 시작한 10대 소녀가 30대에 위풍당당한 스타가 되기까지, 꼬박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단 한 번도 특유의 당당한 모습을 저버린 적 없는, 제시의 자신감 넘치는 캐릭터 항상성에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대화의 희열’에서 제일 흥미로웠던 건 ‘센 언니’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그녀의 솔직한 발언이었다. “많은 사람이 날 ‘센 언니’라고 하지만, 아니에요. 저는 지금도 계속 무너져요. 힘든 것도 계속 있고요.”
그 어떤 시선이나 코멘트에도 무너질 기미 1도 보이지 않는 ‘센 언니’ 제시에게도 계속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다니! 그녀도 나와 혹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순간 마음 한편이 아릿해졌다. 데뷔부터 15년, 이 긴 시간을 버틸 수 있게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던 힘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하나뿐인 인생, 나답게 살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많은 대중이 제시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손꼽는 그녀의 ‘나답게 사는’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자신감은 갖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에요. 자신감은 배워야 하는 거예요.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나에게 팬, 가족, 살 집이 있어’ 고맙다고 말해요. 그리고 나 자신을 보면서 ‘넌 아름다워, 예뻐, 최고야!’라고 말해줘요. 스스로 가르쳐줘야 해요.”
기운과 캐릭터만 ‘센’ 언니라 생각했던 제시가 진짜 정신까지 멋지게 ‘센’, ‘진짜 센 언니’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제시의 이러한 자신감 형성과정을 직장생활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싶었다. 직장생활로 마음이 닳고 닳아 나 자신이 마모된 직딩들에게 자신감을 배우는 과정은 어쩌면 또 다른 치유의 과정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제시의 칠전팔기 성공스토리도 버티는 힘, 더 나아가 그녀를 버티게 만들어줬던, 스스로 교육해서 얻어낸 자신감 덕분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라는 존재가 지워지는 직장생활 안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당신을 사랑하는 자존감, 그 자존감에 기반한 자신감뿐이지 않을까.
‘제시카 HO’부터 ‘업타운’ ‘럭키제이’ ‘제시’까지. 그 많은 이름들 속에서 ‘인간 호현주(본명)’스러움을 지켰기에, 그녀가 지금 같은 매력으로 이 자리에 설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오늘도 내 맘 같지 않은 실적에 마음이 무너지고, 상사의 쓴소리에 얼굴이 붉어지는 직딩들이여, 제시의 노래 ‘센 언니’를 들으며 주문을 외워라.
‘모두 날 보면 아이뻐라 아이아이 아이뻐라 내, 내, 내가 날 봐도 아이뻐라~!’ 주문을 외듯이 제시의 노래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넌 참 예쁘다”고, “넌 근사하다”고 자꾸 말해주다 보면, 꽤 괜찮은 내가 거울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자신감도 배워야 는다. 이렇게 배워서 익히는 자신감으로 언젠가 당신도 제시처럼 ‘나다운 나’와 멋지게 조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