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회사 동료의 얘기다. 길지 않았던 재직 기간을 마치고 회사를 떠나며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대략 이런 맥락이었다. "내 매니저가 나에게 그러더라. 이 회사에서 인정 받고 니 자리를 찾아나가려면 리서치에 좀 더 집중해야한다고. 그래서 나는 그냥 떠나기로 했다."
그 동료의 관심사 및 강점은 리서치가 아니었고 UI퀄리티나 디테일에 집중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회사는 그런 부분을 중요시 하지 않는 문화였고, 리서처가 부족하여 디자이너가 그 역할을 맡는 것이 기대되는 환경이었기에, 그녀가 썩 즐겁게 일할 만한 곳은 아니었던거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매니저라면 좀 더 supportive해야하는 게 아닐까, 최대한 그녀가 조직 내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돌이켜보면 그게 그녀를 도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현실적으로 볼 때 수년간 쌓여 고착된 조직의 문화와 가치는 한 개인이 쉽게 바꾸기 어렵다. 구성원의 다양성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너무 자기만의 노선을 주장하는 이들은 팀 전체의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분산 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 매니저가 현명했다고 생각한다. 직설화법으로 현실을 직시하게 돕고 최종 선택은 본인에게 맡기는 것. 그녀의 입장에서도 본인의 가치와 협응되지 않는 회사에서 애쓰다 에너지를 소진하느니, 본인의 가치와 능력을 온전히 살릴 수 있는 환경을 찾는게 더 현명한 일이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