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슬럼프를 버티는 힘>
“그땐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뭘 해도 잘되던 때라 금세 잘 풀릴 줄 알았죠. 그런데 이후 뭘 해도 안 되는 10년이 왔어요. 소설도 시나리오도 영화도 다 안 풀리니 자신을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난 재능이 없었구나’ 하고요.”
작가 손원평은 소설과 영화가 모두 잘 풀릴 것 같던 시절, '뭘 해도 안되는 10년'에 맞닥뜨립니다. 말이 10년이지, 적잖이 긴 시간입니다.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틱톡도, 쿠팡도, BTS도 없는 시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슬럼프가 한 해 한 해 거듭되어 10년 가까이 이어지면, 포기하는 것이 더이상 흉이 아닌 시점이 옵니다.
그러나 손원평은 그 긴 좌절의 시간을 '닥치는 대로 쓰고 또 쓰며' 버팁니다. 2017년 출간되어 40만 부 넘게 팔린 장편소설 <아몬드>, 그리고 최근 개봉한 영화 <침입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두 가지 장르를 모두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그의 손에 담긴 빛나는 결과물입니다.
감독으로서 첫번째 장편영화를 선보인데 이어, 곧 새 장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라는 손원평 작가를 보며, 그 긴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아무리 애정을 담아 하는 일이라도 시시때때로 쳐다보기조차 싫을 때가 오기 마련인데, 그 난관마저 이겨내고 종착지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힘 말입니다.
혼자 상상하지 않고, 출간 알림이 뜨면 동네 서점을 찾을 생각입니다. 새 소설 속에 그 실마리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