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럴 때 추천해요 : "연휴에 읽기 좋은 책 ④ 사회/과학 편"
01. 연휴 동안 읽기 좋은 책들을 추천하는 과정에서 '이 책은 꼭 한 번 소개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었던 반면 '굳이 기분 좋은 연휴를 보내는 분들께 이런 책을 소개 드려야 할까'라고 고민하게 만드는 책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가치판단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선택지를 제공하는 입장이니 이런 책에도 관심이 생긴다면 본인이 취사선택해서 읽어볼 수도 있는 거죠.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소개해 봅니다.)
02. 이 책은 '타임'지의 기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사회 현상을 분석한 '아만다 리플리 (Amanda Ripley)'의 작품입니다. 저널리스트로서 엄청난 히트 기사를 만들어낸 사람이자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그 사회에 녹아든 현상을 분석하기 좋아하는 분이라 문화적 저변도 꽤나 넓다고 알려져 있죠. 특히 한국에서 일정 기간을 근무한 덕분에 우리 사회에 대한 이해도도 높은 편입니다. (이 내용은 아만다 리플리의 2014년 작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03. 오늘 소개드릴 책은 제목부터 무게감이 느껴지는 ⟪극한 갈등 : High Conflict⟫이라는 책입니다.
이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갈등이 고도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시점에서 '대체 왜 우리는 서로를 이토록 미워하고 증오하는가'라는 그 본질적인 문제를 고찰하고 있는 책입니다.
04. 모두가 알다시피 갈등이란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요소이고, 그중에서도 적절한 갈등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합리적이고 좋은 곳으로 변모하는 데 이점을 줍니다. 다만 저자가 지적하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갈등 상황, 그저 누군가를 미치도록 증오하는 데서 오는 오해와 불신의 갈등, 이른바 '고도 갈등'이 큰 문제로 작용할 뿐이죠.
05. 언젠가부터 드는 생각은 사람들이 갈등을 대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입니다. 하나는 감정적으로 갈등 상황에 개입해 책에서 다루는 '고도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그 상황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어느 집에 불이 난 것을 발견하면 거기에 기름을 끼얹어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될 때까지 끝장을 보거나 아니면 작은 불씨조차 나에게 튀지 않도록 얼른 그 자리를 뜨는 선택만이 남은 것이죠.
06.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부에서 '갈등 속으로' 2부에서 '갈등에서 나오다'라는 두 가지 챕터를 통해 현대 사회의 갈등을 조명하고 저자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해법이 장밋빛 추론이라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을 테고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태도라고 동의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 역시 각자 선택의 몫이 아닐까 싶어요. 다만 적어도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 하고 그게 아만다 리플리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07. 플라톤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필히 갈등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뜬금없지만 명절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보는 사이에도 갈등이 생기는 법인데 일 년에 한두 번쯤 보는 사이에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힘이 늘어난 고무줄 마냥 약해져 있음이 당연한 법이죠.
그렇다고 이 책을 읽고 그 갈등의 상황에 당당히 맞서라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자꾸 정치 얘기하시는 고모부께 '고모부. 이 책 한 번 읽어보십시오.'라며 무시무시한 제목의 책을 들이밀라는 얘기도 아닙니다.
08. 그저 사회의 구성원으로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면, 평소에 이런 책 읽는 걸 마냥 싫어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이왕이면 연휴의 시간을 빌어 느긋하고 여유롭게 타인의 시선을 따라가보고 싶다면 꽤 괜찮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09. 그러니 연휴 기간 동안 툭 한 번 펼쳐서 소제목을 따라 맘에 드는 챕터부터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입니다. 이 책은 소제목들만 보고 있어도 구미가 당기는 내용이 예상외로 많으니 말이죠. 혹은 일단 사두고 나서 연휴가 끝난 시점 즈음에 천천히 읽기 시작해도 되죠 뭐. 어차피 광속과 음속의 차이처럼 일단 구매가 먼저고 행동이 그 뒤를 따르는 법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