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스프린트는 왜 반복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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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트를 거쳐도 제품이 성장하지 않는다. 열정도 넘치고 야근도 하고 월급 루팡도 없고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을까?

1)학습 목표의 부재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교사가 칠판에 학습 목표를 적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업(스프린트)이 진행된 후 평가나 돌아보기를 통해 우리가 배우고자 했던 것을 잘 배웠나 알기 위함이다. 학습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 수업(스프린트)은 의미가 없다.

스프린트를 진행할 때는 이러한 학습 목표가 뚜렷해야 하지만 이러한 배경은 아무도 모르거나 구전으로만 전해진 후 알맹이도 없이 "주제별 인기게시글 정렬 API 개발"이라는 Jira 티켓만 남는다. 누구도 이것을 왜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정보 불평등으로 인해 주도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없고 이 일로 얻어질 결과(고객의 만족)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낮은 동기부여를 지니게 된다.

중요하기 때문에 다시 반복한다. 일이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일을 왜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팀원들은 사기를 잃는다

2) 학습 방법의 부재

명확한 학습 목표가 있었다고 가정하자. 그럼에도 문제가 있다. 학습 목표를 달성할 전략이 무엇인지, 달성했다는 증거를 무엇으로 삼을지 정해야 한다.

학습 전략은 지표보다 중요할 수 있다. 혹시나 전략이 너무 거창한 말이라 어렵게 느껴진다면 쉽게 풀어서 설명하겠다. 전략이란,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1) 예상되는 걸림돌과 2) 한정된 자원을 이해하고 3) 집중할 것과 포기할 것을 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조직이 무엇이 중요한지는 쉽게 이야기하지만 무언가를 포기하라고 하면 유독 마음이 약해진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으로 인한 손해에 더 민감하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배포 일정도 챙기면서 버그도 모두 고치고 디자인도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이 지켜지는 과업은 열에 하나도 없다. 좋은 전략이란 집중할 것과 포기할 것 모두 분명히 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정리해서 "의사결정 원칙"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의사결정 원칙은 되도록 '가설검증', 즉 우리가 학습할 내용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고객에게 재미있는 게시글을 찾게 하는 것이 이번 스프린트 목표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할 것은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재밌는 게시글 보는 경험' 에 초점을 맞춥니다.

가령, 디자인 작업이 부족하거나, API 개발이 부족하더라도 직접 손으로 재밌어보이는 게시글을 상위에 노출합니다. 이 부분에 관한 협업을 1순위로 하며 스프린트 시작과 동시에 마케팅, 디자인, 개발자가 모여 문제해결을 논의할 것입니다.

의사결정 원칙을 만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직급과 직군과 상관없이 균일하고 높은 퀄리티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스로 결정할 수 있으니 쓸데없는 회의를 축소하고 주도적인 업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스프린트(Sprint)는 말 그대로 "전력질주"라는 뜻이다. 스프린트는 목표와 원칙이 뚜렷하게 정렬된 상태로 최소한의 미팅으로 전력질주해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3) 학습과 성장의 부재

사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악의 근원이다. 학습은 모든 스프린트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흔히들 배포를 할 때마다 조금씩 지표가 오르고 몇 번의 배포가 지나면 분기나 연간 목표를 자연스럽게 달성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왜그런가?

학습과 성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배포가 아니라 회고다.

스프린트의 마무리는 배포가 아니라 학습이다. 스프린트를 마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회고를 해야한다.

- 이번 스프린트에 목표는 무엇이었는지(고객들에게 재밌는 게시글 보여주기)
- 그 목표를 달성했는지, 달성하지 못하였는지?
- 달성하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 스프린트 과정에서 배운점은 무엇인지? (프로세스나 팀, 고객에 대해)

회고를 통해 1)팀이 성장하고 2)개인이 배우며 3)제품이 나아가야 한다. 제품이든 팀이든 초기에는 오합지졸로 시작한다. 주어진 자원도 없다. 히자만 빠르게 학습하며 성장해서 초격차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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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일 오전 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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