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바닥에 젓가락이 떨어진 걸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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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을 연달아 저녁 식사로 고기를 먹었다. 두 개의 식당을 방문했다. 메뉴는 같았지만 경험은 완전 극과 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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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식당이다. 여느 저녁의 고깃집처럼 무척 소란하다. 손님도 많다. 직원들은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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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젓가락을 한 짝을 떨어뜨렸다. 팔꿈치에 걸렸다. 워낙 공간이 북적거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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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젓가락을 주우려 고개를 숙였다. 바닥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는다. 어디로 굴러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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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두리번거리던 순간 식당 직원이 다가왔다. "젓가락 여기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며 종이봉투 수저집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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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했다. 그는 내가 젓가락을 떨어뜨린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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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식당이다. 역시 피크시간이다. 손님이 무척이나 많다. 첫 번째 식당보다 넓고 규모도 크다. 직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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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 들어왔다. 하지만 입구에서 몇 분을 서성거렸다. 직원들이 바쁘게 오간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누굴 붙잡고 말을 걸려고 해도 모든 종업원이 외면하고 피하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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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자리에 앉았다.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아 주문을 했다. 밑반찬이 왔다. 고기가 왔다. 모두 다 다른 사람이 가져다준다. 이 식당 시스템인가 보다. 물은 주지 않아서 직접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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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구울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숯불이 없다. 상차림만 놓고 멍하니 기다린다. 요청해도 답이 없다. 그저 기다리라고만 한다. 10분 동안 밑반찬만 먹었다. 지나가는 직원에게 말해도 소용이 없다. 완벽하고 철저한 분업화다. 그건 내 일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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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는 직원이 물었다.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네,라고 대답했다. 고기 맛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갈 일은 없다. 물론 그 사실조차 모를 거다. 이 식당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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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식당에는 있고, 두 번째 식당에는 없었던 건 무엇일까? 바로 고객에 대한 '관심'이다. 고객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식사는 잘 하고 있는지, 식당에서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는지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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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고객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까? 그게 식당이 존재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고객이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게 고객이 식당을 찾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그 중요성을 자주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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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식당의 직원은 고객의 불편함을 살폈다. 그게 그의 할 일이었다. 두 번째 식당의 직원들은 정해진 일을 했다. 그게 그들의 의무였다. 하는 일은 같을 수 있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에 관심을 두느냐가 결국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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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가 말했다. 무엇이든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가까이 들여다보고, 자주 자세히 보면 알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관심을 원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까지도. 관심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비단 사업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것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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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0일 오후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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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보기균형을 유지해서 어느 한 상태가 다른 상태를 압도하지 않게 하려면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룬샷’을 도모하는 예술가와 ‘프랜차이즈’를 도모하는 병사가 똑같이 사랑받는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 나약하고 모호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아주 현실적인 얘기이자 자주 간과되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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