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문답법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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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답법’, 자주 소통하며 일하는 직장 동료가 읽고 있던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대화를 돌아보고 또 연습한다기에, 나도 대화를 더 잘하고 싶다는 (질 수 없는) 생각이 들어 주말 동안 단숨에 완독했다.
사실 저자는 한 번에 완독하기를 추천하지 않는다. 장마다 충분히 습득하고 연습한 후에 다음 장을 읽기를 권한다. 그런데 너무 재밌어서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은 ‘기본’부터 ‘달인’까지 여섯 단계로 문답법을 알려주는데, 초반에 기틀이 되는 생각은 ‘모든 사람들은 선하고 싶고, 선한 의도로 말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문장에서 갸우뚱했다면 문장 사이에 ‘우리 생각보다는’을 끼워 넣자. 심지어 어떤 사람은 어떤 믿음을 가짐으로써 더 선한 사람이 된다고 생각해 자기 믿음을 확신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어머니도, 이슬람 난민 수용 반대자도 모두 선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언가를 믿고 있다.
‘선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대화하는 우리!’ 라는 머릿 속 세팅이 마쳐지면, 상대방의 관점은 나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나는 상대방이 지금 아는 것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 수 없고, 상대방은 내가 잘 모르는 관점에서 문제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챈 상황에 이렇게 질문할 것을 제안한다.
“어떤 이유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지 이해가 잘 안되네요. 제가 모르는 걸 뭔가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 이유를 좀 설명해 주실래요? 그럼 이해가 더 잘 될 것 같아요.”
모든 사람이 선하고, 선한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는 것도, 다른 사람의 관점은 나와 다르다는 것도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를 더 유념했더라면 좋았을 대화 여럿이 생각을 스치는 것을 보면, 나에게는 당연한 것이라고 흘려 듣기보다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또 흥미로운 대목은 상대방이 ‘무엇을’ 안다고 주장하는지에 주목하기보다는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에 주목하라는 것이다. 상대방이 믿고 있는 가치로부터 어떤 사실들이 근거가 되어 그 주장까지 도달했을 텐데, 그 정제된 최종 결과물만을 대화의 재료로 사용한다면, 공감하고 깊이 있는 대화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점이 다름을 이해하라는 팁에 이어서, 관점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알 수 있는 문답법 같다. 또,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와의 대화에서도 써 먹기 좋은 질문 같다. 내가 가치있다고 믿는 것, 그리고 그것들로 파생된 여러 주장이 어디에서 왔는가? 오늘의 ‘침대 위 생각 주제’로 뽑혔다.
좋았던 문장
자기 의견을 밝히는 것을 두려워 말자. 남들과 의견이 다를까봐 겁내지 말자. 물어볼 것이 있으면 주저 말고 물어보자. 남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더 나아가 도덕적 경계를 과감히 넘음으로써 정치적 자산을 얻을 수 있다. 친구들 사귈 수 있고, 통찰을 얻을 수 있으며, 지적 정직성을 발휘할 수 있다.
상대방이 현실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건 기껏해야 내 ‘생각’일 뿐이지, 확증된 ‘사실’도 아니다.
우리의 믿음을 제약하는 요소는 많다. 우리의 믿음은 감정, 문화, 심리적 요인 뿐 아니라 정보 접근성의 차이, 경제∙사회적 계층 등 개인적 여건, 유전적 특성, 당대의 시대정신에도 좌우된다. 그러나 자신이 도덕적 지식에 이른 ‘과정’이 과연 신뢰할 만한지 깊이 고민하고 따져본 사람은 드물다. 문제는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성찰을 이미 마쳤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행동이 좋은지 나쁜지, 어던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직감적으로 판단한다. 우리가 내린 도덕적 결론이 옳다고 강하게 느끼면서도,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보통 잘 알지 못한다. (…) 누구나 도덕적 인식 원리를 건드려보면 허술함이 드러난다. 그 취약점을 이용해 믿음에 개입하자. 우리의 믿음에는 빈틈이 있다. 그 빈틈을 파고들어, 의심을 불어넣고 믿음에 대한 확신을 낮출 수 있게 돕자. 그리고 겸허한 자세로 나아가는 기회로 삼자.
내가 느낀 실용적인 문답법은 극단주의와 선긋기, 반증 모색하기, 그리고 도덕적 프레임 바꾸기이다. 각각이 무엇이고, 어떻게 활용했는지는 언젠가 기록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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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3일 오후 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