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리서치는 사용자에게 (원하는 것을) 묻지 않는다
WB
UX 리서처로 일하면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헨리 포드와 스티브 잡스다. 자동차 산업의 선구자 헨리 포드와 혁신의 상징인 스티브 잡스가 사용자 리서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일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먼저 헨리 포드의 유명한 인용구를 들여다보자. "만약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아마 더 빠른 말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명하는 대신 기존의 것을 개선하는 데 그쳤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스티브 잡스의 인용구, "포커스 그룹에 의지해 제품을 만들기란 매우 어렵다. 사람들은 대부분 만들어서 보여 주기 전에는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두 인용구는 주로 UX 리서치에 대해 회의적인 조직에서 '사용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오용된다. 이는 프로덕트 담당자의 경험에서 우러난 직관을 따르는 것이 혁신으로 가는 길이라 굳게 믿으며 심지어 사용자를 무시하는 태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는 평가적 리서치 (Evaluative Research)로 충분하고 탐색적 리서치 (Exploratory Research) 는 유용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오해와 오독은 몇 가지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했다. 아래 세 가지 포인트를 통해 이 전제에 구체적으로 어떤 논리적 오류가 있는지 살펴보겠다.
1️⃣ UX 리서치는 사용자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묻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사용자들은 보통 자신이 뭘 바라는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원하는걸 즉석에서 대답할만큼 평소 프로덕트에 신경쓰지도 않는다). 제대로 된 리서치는 사용자의 현재 경험에 주목한다. 그들의 행동, 환경, 문화적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더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프로덕트를 어떤 방식으로 쓰는지, 불편한 점이 있는지 리서치한 후에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분석과 해석을 거쳐 인사이트를 도출한다. 그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숨겨진 니즈와 욕구가 무엇인지 추론해간다.
2️⃣ 리서처는 사용자의 대답을 해석없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약 더 빠른 말을 원한다는 대답을 들었다면 리서처는 그 이면에 자리한 보다 효율적인 교통 수단을 원하는 응답자의 니즈를 알아차려야 한다. 피상적인 대답 아래에 어떤 근본적인 바람이 있는지 한 번 더 고민해 봐야한다. 이런 단계를 거치지 않고 현상에만 집중하면 표면적인 이야기 외에 얻을 게 없다.
3️⃣ 사용자는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채는 것은 리서처와 개발팀의 몫이다. 사용자가 어떤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길 기대하는 것은 개발팀이 해야하는 고민과 책임을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게으른 태도이다. 더 이상 사용자에게 어떤 기능을 넣어주었으면 좋겠는지 묻는 질문은 그만하도록 하자.
사용자 리서치의 근본적인 목적과 가치는 단순히 ‘묻는’ 것을 넘어서 ‘이해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깊이 있는 해석은 사용자의 표면적인 대답을 넘어서 그들의 진짜 필요를 파악하는데 중요하다. UX 리서치의 진정한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적용하도록 하자.
https://www.wonheebaek.com/post/uxresearch-fasterho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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