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을 완벽하게 하는 것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일을 시작하면, 끝마칠 때까지는 쉬지 않는다.’

‘스스로 더 나아지려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난다.’

‘내가 일을 훌륭히 못 해내면 사람들은 나를 형편없다고 볼 것이다.’

(‘다차원적 완벽주의’ 질문지의 일부)


‘이거 전부 다 내 얘긴데?’란 생각이 든다면, 평소 남들과 같은 일을 해도 유독 피곤하고 에너지 소모가 많진 않았는지 돌아보자.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실패하면 어떡하지?“ ”이것도 제대로 못 하다니 난 무능해“ “잘해서 인정받아야만 해" 같은 생각이 따라다녀서 그럴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에선 이를 ‘부적응적 완벽주의’라고 한다.


완벽주의는 나쁜 게 아니다. 완벽해지기 위해 쏟는 노력은 성취와 성공의 큰 동력이 된다. 다만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못난 자신을 강하게 질책하며, 성공하더라도 만끽하지 못하고, 평가가 두려워할 일을 미루는 등 여러 부작용이 따를 때 문제가 된다.


모든 일을 잘하려고 하니 두통이나 근육 긴장 등은 일상이다. 불안이나 강박, 우울증, 번아웃 등의 증상도 완벽주의자에게 흔히 나타난다. 무대 공포증이나 공황장애를 겪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불행한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행복한 완벽주의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10여 년 전 KBS ‘개그 콘서트’에서 우리 사회를 풍자하며 나온 유행어다. 1등이 아니면 기억되지 못하고, 그저 그런 인생으로 여겨진다고 해서 해당 코너의 이름도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이었다.


잘해야만 인정받는 강박적 사회 분위기에서 완벽주의자가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연세대 상담심리 연구실에서 성인 511명을 대상으로 완벽주의 검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53.6%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중 1명은 완벽주의자란 얘기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가 앞서 말한 부적응적 완벽주의, 즉 ‘불행한 완벽주의’라는 것이 문제다.


<4명의 완벽주의자>와 <나는 왜 꾸물거릴까?>를 집필한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 중 우울과 불안 등을 호소하는 불행한 완벽주의자는 약 70% 정도’라며 ‘나머지 30%만이 실패하더라도 부정적인 감정을 잘 조절하고, 실패를 배움 삼아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는 ’행복한 완벽주의자‘가 된다고 했다.


불행한 완벽주의자들은 비현실적으로 높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일등을 해야만 한다’ ‘모두에게 인정받아야만 한다’ ‘언제나 잘 해내야 한다’ 등 강박적인 목표가 대부분이다. 애초부터 목표 자체가 비현실적이었기에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 그런데 불행한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이 못나고 한심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 자체, 인생 전체의 실패로 확대 해석하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앞선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더 견고하고 높은 목표를 세우고, 한심한 자신을 더욱 강하게 채찍질한다. 언뜻 보기에도 비합리적이고 억지스럽게 느껴지지만, 완벽주의자들에게는 이런 생각이 굉장히 자동적이고 빠르게 일어난다.


“성적 올려야 해” “좋은 대학 가야 해” “좋은 회사 취업해야 해” 등 타인에게서 강압적으로 완벽을 요구받으며 자랐다면 불행한 완벽주의자가 되기 쉽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부과 완벽주의‘라고 한다. 말 그대로 부모나 교사 등 사회적 대상으로부터 강요 당한 완벽주의라는 의미다.


특히 학구열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완벽주의를 강요받은 학생들의 불안감이나 번아웃 등과 관련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사회부과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학생들은 시험 보기 전에 크게 불안해했고, 공부 영역에서 번아웃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에서 공부하라고 압박할수록 불안감은 더 커졌다.


더 안타까운 건 그렇다고 이들의 성적이 좋지도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국내 연구에 따르면, 부모를 실망하게 할까 봐 걱정이 많은 학생들은 시험 전후에 느끼는 불안감 정도가 매우 높았고, 따라서 실제 시험 성적도 좋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한 특성은 일을 미루고 꾸물거리는 습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 역시 사회부과 완벽주의 성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예민하기에 실패할까 봐 큰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일을 시작할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그러면서 시작도 못 하는 자신을 명청하고 한심하다고 심하게 자책한다.


안 그래도 스스로를 혼쭐내고 있는데, 옆에서 ‘빨리 좀 하라’고 쪼아대기라도 하면 더 크게 낙심한다. 이동귀 교수는 ‘본인은 별로 완벽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며 살면서 뼛속까지 완벽주의 기준이 생긴 경우 미루는 습관이 생길 수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통제할 수 없이 커지면 우울, 무기력함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들이 심각한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일을 시작할 엄두를 못 내고, 그러면 자신을 한심하다고 비난하고, 우울하고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또 그런 자신을 질책하며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 무한 반복된다.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잘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야 한다. 지나치게 실패를 두려워하는 성향이 누군가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비롯된 건 아닌지 돌아보는 것이다.


이때 인정받고 싶은 사람은 부모, 선생님, 상사, 배우자 등 다양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갈망하며 사는 사람은 그 과정에서 아무리 노력을 많이 했더라도, 타인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말 나 자신을 위해 잘하려고 노력하는 것인가?’라고 자문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환영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가 될까봐 두려운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완벽주의 성향을 100% 다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완벽주의 성향이 분명히 삶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적어도 나를 힘들게 만드는 타인의 목소리를 구분해 낼 줄 아는 게 중요하다.

"난 무능하다"는 강박, '불행한 완벽주의자' 만든다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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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무능하다"는 강박, '불행한 완벽주의자' 만든다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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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19일 오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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