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일 교수, 내 삶의 기준이 되는 마음의 지혜 |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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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맛있는 식사는 진수성찬이 아니라 배고플 때 먹는 음식인 것처럼, 인생의 고통을 해결하는 것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작은 일이었지 않은가?
물방울이 커다란 바윗돌을 부수듯이, 인생을 변화 시키는 것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사소한 일상 아닐까?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1️⃣많은 이들이 삶이 힘겨울 때 심리학을 떠올립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의 마음은 아리송합니다. 어디서 불어왔는지 알 수도 없는 욕망의 파도에 휩싸여 허우적거리기 일쑤지요. 심리학자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으로 입증하고, 연구하고 분석해서 수치화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 삶의 문제를 풀어줄 대단한 해답은 없을지 모르지만, 심리학자들이 정리해 온 데이터 속에 막막한 고민을 덜어줄 실마리가 있습니다. 세상 아래 새로운 고민은 없고, 우리의 고민은 이전 세대의 누군가가 해온 고민의 되풀이입니다. 결국, 심리학이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마음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해주는 것이지요.
2️⃣MBTI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인지심리학자로서 MBTI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MBTI는 ISTJ입니다. 앞자리가 I이니 내향적이라는 뜻 인데, 제 MBTI를 밝히면 십중팔구 ‘거짓말하지 마라’는 핀잔이 돌아옵니다.
학술적으로 사용하는 다른 성격 검사를 해봐도 저는 내향적인 사람으로 나옵니다. 심지어 어떤 교수님들은 ‘김 교수가 내향으로 나오다니 우리가 성격 검사지를 잘못 만들었구만’라고 농담까지 하시죠. 그런데 저는 그런 반응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회생활을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다는 뜻으로 들리니까요.
그래서 저는 MBTI를 이렇게 정의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지난 3~4년 간 내가 어떤 사회적 얼굴로 살아왔는지 비추는 거울이라고요.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동안의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었고, 주변인들도 좋게 평가했다면 나를 표현하는 4개의 알파벳 카드를 적절히 사용한 것이겠지요.
반대로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다면 카드를 잘못 골라 썼다는 뜻이고요. 그땐 카드를 한번 뒤집어보세요. 다른 사회적 얼굴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면 새로운 삶이 펼쳐질 테니까요.
3️⃣”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일상에서 행복을 끌어올리는 좋은 실천법이 있나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읽어보셨나요? <난중일기>를 본 독자들의 솔직한 반응은 “이게 뭐야?”라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숭고하고도 장엄한 기록으로 가득 차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실은 ‘오늘 날씨가 좋았다’, ‘저녁에 뭘 먹었다’, ‘누구와 농을 주고 받았다’ 같은 사소하기 짝이 없는 한두 줄의 기록이 대부분이니까요.
그런데 이 기록들을 잘 살펴보면 이순신 장군이 어떤 난관이 있을 때 습관처럼 작지만 소소한 기쁨을 주는 행동을 하고 그다음 날 주저앉지 않고 일어나는 패턴이 보입니다.
우리 일상도 잘 살펴보면 맛있는 음식, 잠깐의 수다 같은 자그마한 일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난중일기>처럼 기록해두지 않으니 당장 힘들 때 꺼내먹을 행복을 찾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 불안과 우울과 고통에서 나를 끌어올린 아주 사소한 행복의 기억을 최대한 많이 기록해두세요. 사소한 식사, 소소한 수다, 기분 좋아지는 장난 같은 작은 행복의 기록이 얽히고 설켜서 시련을 이겨내는 강인한 근력을 만들어줍니다.
4️⃣직장인들, 학생, 그리고 주부들까지 번아웃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은데, 번아웃이 찾아오지 않게 하려면 어떡해야 하나요?
🅰️번아웃 증후군은 일을 많이 해서 오는 게 아닙니다. 오로지 일만 해서 오는 거죠. 가끔 엉덩이도 들썩여줘야 하고 고개도 돌려줘야 합니다. 소위 딴짓을 하는 건데요.
저렴하면서도 효과가 큰 딴짓이 바로 공부입니다. 단, 직업이나 생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저도 몇 년 전에 슬럼프가 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 붓글씨와 한자 공부에 도전했습니다.
유튜브를 보면서 조금씩 연습하다 보니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바로 ‘성장감’이었는데요. 지금 하는 일에 익숙해지며 번아웃이 찾아오면, 이 성장감을 다른 곳에서 꿔와야 하는 거죠. 행복의 한 종류인 성장감은 우리를 번아웃에서 구하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5️⃣건강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지혜를 딱 한가지 알려주신다면요?
🅰️저를 만나러 오신 분들에게 세상에서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인간관계예요. 우리는 대부분 어른이 되면서 인간관계를 줄여갑니다.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일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직장과 가정을 살짝 벗어난 전혀 다른 종류의 사람을 느슨하게 만나는 게 좋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느슨하다는 거예요. 너무 깊게 만나면 일과 가정에 소홀해지니까요. 이렇게 느슨한 관계를 경험하다 보면 나와 내 관계에 대한 존중감이 생기고 사람들의 가치를 알게 됩니다. 그러니 느슨한 관계를 최대한 다양하게 많이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6️⃣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교수님은 행복하십니까?
🅰️오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저는 어제도 정말 행복했습니다. 어제 친한 친구를 만나서 오징어회를 먹었거든요. 내친김에 멍게도 먹고 소라도 먹고, 소주도 한 병 했습니다.
행복은 크기보다 빈도가 중요하다는 말들 어보셨을 겁니다. 1년에 100점짜리 커다란 행복 하나를 경험하는 것보다 10점짜리 행복 열 개를 경험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거죠.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 게 나의 행복이야’라고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1억 원짜리 복권에 당첨되는 게 나의 행복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생존 확률이 높아집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제가 오징어회를 먹고,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학생이 칭찬을 받는 순간. 머릿속 뇌가 ‘아! 나 지금 행복해’라고 느끼는 순간은 거대한 성취가 아닌 작고 소소한 경험이에요. 그러니 오늘 저녁만큼은 소중한 사람과 맛있는 식사를 나눠 드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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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4일 오후 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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