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웅현 TBWA 조직문화연구소장 "모든 직원은 고객, '회사 팬' 만들어야" [뉴시스 포럼-10년후 한국]
뉴시스
계란후라이 894
양보의 나비 효과
제가 다니는 수영장은 오전 5:30에 운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부지런한 어르신과 저처럼 수영에 미친 사람들은 5:30 전에 수영장에 도착해서 문을 열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다니는 수영장은 옷을 갈아입는 라커룸이 있는데 전자발권 시스템으로 회원 카드를 태그 하면 라커 번호를 지정해 주고 친절하게 라커 번호표를 종이에 인쇄하여 선물로 줍니다.
제가 다니는 수영장은 오전 5:30에 라커룸 번호표를 전자발권 시스템 기계를 통해 받을 수 있습니다. 수영장에 빠르게 입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라커룸 배정 전자발권 시스템 기계 앞에 줄을 섭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장면이 동장합니다.
라커룸 배정 전자발권 시스템 앞에 빠른 수영장 입장을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회원 카드를 기계 앞 선반에 먼저 도착한 순서대로 올려놓는 것입니다.
사람 대신 회원 카드가 줄을 서는 것입니다. 추측건대 어르신들이 매우 일찍 도착하여 줄을 서는 대신에 선택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라커룸 배정 전자발권 시스템 기계 옆에 테이블과 의자가 있어서 앉아서 친구분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수영장을 다니기 시작하기 전부터 회원 카드 줄 서기 문화는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똥고집으로 회원 카드 줄 서기 문화에 저항했습니다. 저항이라고 해봐야 소심한 성격으로 라커룸 배정 전자발권 시스템 기계 앞에 우두커니 줄을 서있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제 뒤로 사람 줄이 생깁니다. 저는 수영장에 오전 5:15에서 5:20 사이로 도착하니 대략 열 번째 정도 일찍 오는 편입니다.
제 행동에 관계없이 회원 카드 줄 서기에 동참하는 분도 계시고, 제 뒤로 생긴 사람 줄에 동참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도대체 왜 당신은 회원 카드 줄 서기에 동참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냥 좀 이상하고 겸연쩍습니다. 사람이 줄을 서면 되는 데 회원 카드를 올려놓는 장면이 그냥 기괴하고 이상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합리적인 방법인데 말이죠. 그런데 요즘 음식 맛집에 가면 사람이 줄을 서는 대신 전화번호를 등록하고 입장 순서를 배정받는다거나 은행이나 우체국처럼 번호표를 발급해 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활용하지 않는 수영장에 따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솔직히 제가 좀 예민한 것도 있고요. 아무튼 이러한 말 같지 않은 이유로 회원 카드 줄 서기 문화를 인정하지 않고 저항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특별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저는 회원 카드 줄 서기 문화에서 벗어나 라커룸 배정 전자발권 시스템 기계 앞에 사람 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5:30 되자 어김없이 회원 카드로로 줄을 섰던 분들이 먼저 라커룸 배정 표를 발급받고 입장했습니다. 그런데 아저씨 한 분이 저에게 다가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보다 먼저 오셨잖아요." 그러고는 라커룸 배정 순서를 저에게 양보해 주셨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하여 "저는 괜찮으니 먼저 라커룸 배정받으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저에게 순서를 양보해 준 분께서는 제가 먼저 왔으니 먼저 입장하는 것이 맞는다는 표정과 손짓으로 먼저 라커 배정을 받으라고 연신 순서를 양보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라커를 배정받고 감사 인사를 전했습니다. 순간 저는 두 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순서를 양보해 준 아저씨 참 용기 있고 멋지다. 나라면 굳이 줄 서있겠다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 순서를 양보하지 않았을 텐데, 그리고 아저씨 뒤에 회원 카드로 줄 선 사람들 눈치도 있었을 텐데 아저씨는 용기와 소신이 있으시구나' 다른 하나의 마음은 '내일부터 나도 회원 카드 줄 서기 문화에 동참해야겠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내 기준과 가치, 사고방식과 다르더라도 내가 선택한 공동체라면 구성원이 만든 규칙과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맞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영장 라커룸 배정 줄 서기 양보 사건 이후 저는 종일 아저씨의 품위 있는 양보가 떠올라 평소와 다르게 양보를 실천해 보았습니다. 특히 가장 저에게 어려운 미션인 운전 중 양보를 화내지 않고 실천했습니다. 내가 양보했으니 양보 받은 저 분도 다른 곳에서 분명히 양보할 거란 믿음이 생겼습니다. 작은 행동으로 인해 누군가 감사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1분 정도 기다려 주는 사소한 손해는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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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7일 오후 11:57
“직원들에게 월급 외에 출근할 이유를 줘야 합니다. 팀장이 좋다던가, 이 일이 날 성장시킨다던가, 이 일이 좋다던가, 이게 다 여기에 해당합니다.“ 박웅현 TBWA 코리아 조직문화연구소 소장은 직원들을 조직에 남게하는 방법을 이렇게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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