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장이 제일 중요하다

과거 퍼블리에서 근무하시던 민우님께서 퍼블리를 애도하며 써주신 글입니다. 결국 사업은 시장의 크기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하는게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퍼블리의 첫 타겟 고객은 고급 컨텐츠, 지적 컨텐츠를 바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책 읽기를 좋아하고, 뛰어난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고, 남들이 모르는 걸 알게 되면 자랑하고 싶어서 근질근질거리는 사람들을 위한 컨텐츠를 표방하며 사람들을 끌어들였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들어가서 보니

구매 데이터를 분석하고, 구매자들을 만나서 심층 인터뷰를 하고, 광고를 집행해보면서 내린 결론 은 시장의 뚜렷한 한계가 있는걸로 보였습니다.

이 시장은 한계가 있고, 타겟 대상으로 뭔가를 파는 시장은 벤처 스케일의 스타트업이 타겟할 만큼의 규모가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소수의 고객들 마저 '신선한 시도'에 돈을 내고 있는거지, 지속적으로 구매를 해줄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의견에 대해서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고객을 만나는, 광고를 집행하는 사람도 저 혼자였기에 팀에 설득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고급 컨텐츠, 지적 컨텐츠에 커다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공동창업자를 설득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설득할 필요 없이 시장은 명확하게 피드백을 주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조금씩 큰 시장을 찾아내려고 했었습니다.

고객이 제품에서 가치를 얻는 데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판단했고, 짧은 호흡의 컨텐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컨텐츠를 제공해야 더 많은 고객이 이용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먹고사니즘이 걸려있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싶은 자들은 직업에 대한 불안이 큰 사람들일 거라 판단했고 그 결과로 사회 초년생들을 타겟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고객 규모는 늘어났지만

너무 조금씩 늘어났고, 어느 순간에는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했습니다. 퍼블리가 타겟하는 고객은 '일을 더 잘하고 싶은 사람 & 꾸준히 정진하는 사람 & 능동적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려는 사람 & 거기에 돈을 쓸 만큼 진심인 사람' 들의 교집합이기에 이 시장은 너무 작고, 아무리 광고비를 쏟아부어도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반대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퍼블리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시장이 작은게 아닌 잘 못팔고 있는거고 잘 팔면 충분히 클것이다 라는 의견입니다.


일하면서 강하게 하게 된 생각은

'스타트업은 시장 크기가 거의 전부다' 라는 것입니다.

퍼블리 이전에는 쏘카에서 일했는데 쏘카존을 늘리는 대로 성장했고 하루에 몇억씩 매출이 나는 게 너무 당연했습니다. 차를 구매할 만큼의 경제력은 없지만 차를 타고 운전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젊은이들이 너무 많았고 쏘카는 욕망에 맞게 차를 공급해주기만 하면 됐습니다.


퍼블리에서는 열심히 일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충분히 뛰어난 역량을 가진 구성원들이였고, 좋은 방식으로 일하려 했습니다. 이 구성원들이 다른 시장을 타겟하는 사업을 했으면 분명히 좋은 성과가 나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이 성장하고 성공하려면 사람들의 욕망을 건드려야하고, 그게 벤처 스케일의 사업이 되려면 큰 욕망을 건드려야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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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4일 오전 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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