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찾는 사람에게 보내는 317 번째 편지

계란후라이 1129


결혼 12년 차 부부에게 어떤 특별함이 있을 수 있을까?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만나는 얼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다시 잠들기 전까지 마주하는 얼굴, 하지만 생각보다 자주 만나고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아내입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매일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먹고살기 바쁘니까, 오늘은 기분이 안 좋고 피곤하니까, 내 몸 하나 건사하는 것도 어려운데 어린 자녀까지 돌봐야 하니까, 사랑하는 아내에게 입만 열면 할 수 있는 사랑한다는 말을 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저는 늘 원망의 대상이 필요했습니다. 어떤 일이든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탓을 해야 했습니다. 부부 싸움의 원인은 항상 부인에게 있고, 뭔가 마음이 불편한 일이 생기면 부인 탓을 했습니다. 그렇게 원망을 해야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대한 분노가 더 가시 돋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뾰족한 가시로 여기저기 찌르며 나의 분노를 표현해야 하는 성숙하지 못한 자아를 지녔습니다.

아내는 이토록 모자란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습니다. 힘들 때면 위로를, 나눔이 필요할 때면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려주었습니다. 지혜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성숙하게 나를 붙잡아주었습니다. 때론 친구이자, 선생님처럼 저의 조력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가정을 위한 아내의 헌신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그 정도는 하니까, 가족 공동체 구성원으로 아내도 지금 하는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 집에 생기는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고, 집을 정돈하고 필요한 것을 챙기는 역할이 당연하다고 믿었습니다.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은 못 하고 살았습니다. 감사를 잊은 마음이 이런 편지를 쓸 때마다 떠올라 미안하지만, 다시 일상을 살다 보면 아내는 당연한 역할을 할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단 하나뿐인 짝꿍에게 너무도 소홀했던 저를 반성하고 회개합니다. 사랑하는 아내마저도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수 없는 저의 메마른 마음이 변화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가족도 사랑하지 못하면서 세상을 위로하겠다는 사명을 감당할 준비와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더 간절히 구합니다. 아내를 지금보다 더욱 사랑하기를, 내 시간과 마음의 초점을 자신에게서 아내와 가족에게로 돌릴 수 있기를 원합니다. 아내가 그런 것처럼 저도 아내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친밀한 남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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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9일 오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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