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시작은 마음가짐
Brunch Story
모두가 감각을 말하는 시대, 일의 감각을 책의 제목으로 쓴다는 건 웬만큼 일을 잘하지 않고는 감히 엄두도 못낼 일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네이버의 녹색창을 만들고, 카카오의 비즈보드를 기획하고, 매거진B를 창간한 조수용 대표라면? "그래, 이 사람 정도면 일의 감각에 대해 백번 천 번 떠들만하다"고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을까. 오히려 나처럼 '왜 이제야 이야기를 꺼내놓았을까' 되려 의문을 가진 사람이 더 많았을 수도. 이에 대해 조수용 대표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제가 무언가에 대한 책을 쓸 자격이 되지 않았는데 함부로 활자화시키는 건, 서두르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이 책에 얼마나 오랜 시간 응축되고 농축된 그의 생각과 경험을 고심해서 담았을지,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좋아하는 가수를 기다리는 팬처럼 잔뜩 흥분상태였다.
이 책은 일의 감각이라 쓰고 일의 마음가짐이라 읽어야 하는 책이다. 어떤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일을 대해야 (조수용 대표 같은) 일의 감각을 가질 수 있을까?를 말한 책이랄까. 혹 감각을 기르는,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특별한 노하우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도 화자가 누군지에 따라 그 감도가 달리 전해진다. 예를 들어, 사소한 것에도 최선을 다하라는 조언이, 조수용 대표의 언어로 '작은 것을 대하는 태도'로 바뀌어 전달될 때 "당연한 소리네"가 아니라 "이 태도는 정말 중요하구나"로 다가오는 것이다.
조수용 대표가 정의하는, 책을 관통하는 '일의 감각'이란 그래서 무엇이었을까. 그는 일의 감각을 "현명하게 결정하는 능력"이라며, 감각을 창조가 아닌 선택의 영역으로 바라봤다. 흔히 감각이라 하면 순간적으로 반짝이며 떠오르는 크리에이티브한 무언가, 그래서 소수의 천재들만이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런 감각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의 정의대로 "무엇을 선택하고 선택하지 말아야 할지 잘 가려내는 것"이 감각이라면, 좋은 선택을 하게 만드는 그 '기준'을 아는 것이 중요해진다.
그 기준은 일 잘하는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그것, 역시나 '본질'이다. 본질을 알면 취할 것과 버릴 것이 생각보다 쉽게 구분된다. 누구나 본질을 외치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본질에 닿을 수 없는 이유는 '마음가짐', 즉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감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조수용 대표가 항상 예시로 든다는 '볼펜 디자인' 사례는 짧지만 감각이 탄생하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잘 담고있다.
볼펜을 디자인하기 위해 남겨야 할 것(본질)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하는 안목이 탄생하기까지, 그 시작점에는 10억 원이란 큰돈에 걸맞은 디자인을 하려는 '마음가짐'이 있다. 실제로 내가 하는 일이 10억 원의 가치를 지니는 일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10억 원의 값어치를 하는 일이라고 상상하는 사람은 절대 그저 그런 결과물을 낼 수 없다. 크든 작든 내가 손에 쥔 일은 허투루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그 마음가짐으로 일한 나날들이 쌓여 일의 감각을 만든다.
결국 이러한 마음가짐을 가진다는 것은, '나'를 잃지 않고 지켜내며 일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상사의 오더를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혹은 누군가의 인정과 좋은 평가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일의 중심에 '나'를 두고 스스로 일의 방향을 정해 소신껏 나아가는 것. 어쩌면 일의 감각이란 건 그래서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한 자들에게만 부여된 훈장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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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일 오전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