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를 작성하다 보면 한 페이지를 넘기고 싶지 않아서 내용을 억지로 한 장에 넣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특히 비주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문서의 내용보다 문서가 보여지는 형태에 더 신경을 쓰다 보면, 하고 싶은 말을 생략하거나 지나치게 함축적으로 표현하게 됩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페이지를 분리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넉넉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꼭 한 페이지를 텍스트로 빼곡하게 채우지 않아도 됩니다. 오히려 여백의 미를 살려 띄엄띄엄 작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슬라이드 형식의 포트폴리오 문서는 이런 구성이 더욱 적합합니다. 예전에 읽었던 아티클 중, 잘 만든 PPT의 조건으로 "한 슬라이드에 하나의 메시지만 담을 것"이란 조언이 떠오릅니다.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하다 보면, 하나의 슬라이드에 내용을 빼곡하게 작성한 경우를 자주 봅니다. 비어 보이는 페이지가 어색하고 불안해서 무언가 채워 넣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하지만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빽빽한 슬라이드를 보면 오히려 "이걸 어떻게 읽지?"라는 압박감을 느끼고 빠르게 넘겨버립니다. 그러면 머릿속에 남는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당연히 서류 전형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문서는 빠르게 읽히고,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그래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이의 흥미가 유지되고, 핵심 메시지가 기억에 남습니다. 간결한 메시지, 시각적으로 명확한 구성은 그 자체로 설득력을 가집니다. 즉, 텍스트를 줄이고, 페이지 수는 늘리는 것이 포트폴리오 제작의 요령입니다.

슬라이드를 여러 장으로 나누고, 한 장마다 간단한 메시지를 담아 구성해 보세요. 마치 애니메이션이 한 장 한 장 움직이듯, 빠르게 넘기면서도 내용이 머릿속에 남는 구성을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웹툰 같은 콘텐츠에 익숙합니다. 짧고 임팩트 있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반복 소비하는 세대입니다. 그래서 텍스트보다 시각적이고 간결한 메시지 전달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포트폴리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문서가 되려면, 남들과 다른 구조와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단순한 경험 나열이 아니라, 본인의 역량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프로젝트 단위가 아닌 강점 중심으로 목차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문제 해결력', '커뮤니케이션', '사용자 중심 사고'처럼 역량 키워드를 중심으로 사례를 엮어가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일반적인 모범답안을 따라 문서를 작성하려 합니다. 하지만 남과 다른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선, 자신만의 구조를 스케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머릿속에 구상은 있지만, 아직 그것을 끄집어내는 경험이 부족할 뿐입니다. 천천히 전체 흐름을 스케치하고, 한 페이지씩 채워가다 보면 결국 완성됩니다.

포트폴리오 작성을 어렵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입니다. 어떤 전문가도 단번에 완성된 문서를 만들 수 없습니다. 초안을 만들고, 수정하고, 또 다듬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그 과정이 부담스럽더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끝도 없습니다.

연필을 들고 얼굴을 그리고, 눈을 그리고, 코를 그리고, 입을 그리고... 그렇게 하다 보면 하나의 인물이 탄생하듯, 페이지를 한 장씩 작성하다 보면 어느새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완성됩니다.

힘을 빼고 문서를 작성해보세요. 웹툰처럼 후루룩 읽히는 문서를 목표로 해보세요. 그리고 그 안에 ‘재미’라는 감정을 담아보세요. 우리도 포트폴리오를 통해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그 순간까지, 함께 고민하고, 수정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