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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이라는 블랙홀을 건너는 저널리스트들을 위한 기초적 가이드> 1. 국내 주요 포털 서비스들이 하나둘씩 디지털 구독 상품을 내놓고 있고, 요즘 미국에서 부상하고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도 디지털 구독은 핵심축으로 다뤄지고 있는데요. 2. 마치 '디지털 구독 모델의 도입'이 레거시 언론사들이 추구하는 디지털 혁신의 핵심처럼 이야기되는 경우도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3. 다만, 안타깝게도 디지털 구독 모델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디지털 구독 모델을 슬기롭게 잘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잘 나와있지 않는데요. 4. 그 이유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다른 비즈니스 모델도 마찬가지겠지만, 디지털 구독 모델의 경우, 누가,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무엇을 파느냐에 따라 그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절대적인 법칙 같은 걸 디지털 구독 모델에서 만들기란 쉽지 않습니다. 5.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구독이라는 블랙홀을 지나는 저널리스트들을 위한 아주아주 기초적인 가이드 정도는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저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꼽아보자면, 6. 첫 번째, 일단 무조건 빨리 경험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구독 모델은 실제로 경험해보는 것과 아는 것 차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는데요. 그래서 막연히 구독 모델은 안정적인 비즈니스라고 생각해서 시작하면, 큰 코 다치기 십상입니다. 7. 따라서 실제로 구독 모델을 경험한 사람들이 조직 구성원 내부에 축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래야 좀 더 유연하고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8. 두 번째, 디지털 구독의 핵심은 결국 독자와 독자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겁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구독 모델은 한 달짜리 독자를 많이 확보하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두 달, 세 달, 네 달, 1년, 2년, 5년, 10년을 구독할 독자를 찾는 비즈니스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독자를 찾아야 비로소 구독 모델은 안정적인 사업 모델이 되죠. 9. 따라서 다른 어디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자적인 관계를 독자들과 맺는 것이 구독 모델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그리고 어렵겠지만 이를 확보했다면, 헐값에 이 네트워크와 데이터를 외부에 넘기지 않는 것도 꽤나 중요합니다. 콘텐츠야 넘겨도 다시 만들면 되지만, 데이터와 네트워크는 한 번 넘기면 돌이킬 수가 없으니까요. 10. 세 번째, 가격은 최대한 높게 책정하는 게 유리합니다. 디지털 구독 모델을 도입하면서 “과연 이게 팔릴까?”라는 생각에서 일단 가격은 무조건 낮게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요. 냉정한 말이지만, “이게 팔릴까"를 고민하는 단계라면 애초부터 유료화 비즈니스는 하지 않는 게 맞습니다. 파는 사람조차도 의구심을 가진 상품을 소비자가 기꺼이 살리가 만무하니까요. 11. 따라서 구독 모델을 도입하는 데 있어 본인이 제공할 수 있는 최대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이를 중심으로 가격 전략을 짜는 게 훨씬 더 나은 방법입니다. 게다가 구독 모델은 계속해서 보다 나은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를 위해선 돈과 시간이 투자해야 하죠. 12. 그런데 애초에 가격 책정을 잘못해서 더 나은 경험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서비스나 콘텐츠 모두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그런 서비스들도 많고요. 13. 네 번째, ‘월 구독자수’뿐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야 합니다. 구독 모델을 운영하다 보면 ‘월 유료 구독자 수'를 핵심 지표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뭐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월 구독자수는 그때그때 콘텐츠에 따라, 마케팅 퍼포먼스에 따라 많이 늘수도 있고, 적게 늘 수도 있습니다. 14. 그런데 주요 지표로 월 구독자수만 보다 보면, 체리피커를 늘리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하거나 서비스를 운영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월 구독자수뿐 아니라, 회사와 서비스를 신뢰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15. 마지막으로, 끊임없이 넷플릭스를 연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요. 다루는 콘텐츠의 유형은 다르나, 디지털 구독에 관해선 넷플릭스가 최고의 레거시입니다. 16. 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이렇게나 드라이브를 거는지, 왜 넷플릭스는 콘텐츠와 관련된 데이터를 일체 공개하지 않는지, 왜 넷플릭스에는 연간 멤버십이 없는지, 왜 넷플릭스는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리는지 등등 넷플릭스가 그동안 내려온 전략적 선택들을 되짚어보고 이를 탐구하는 것만큼 디지털 구독 모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단순 이론이나 모델이 아니라, 실체적 사례이기도 한데요.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의 콘텐츠뿐 아니라,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보는 것도 구독 모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네요. ++ 외부 기고는 잘 안하시지만, <신문과방송>에서 아무말이라도 괜찮다고 하셔서 한 번 써봤습니다 크크. 늘 감사합니다. ;)
2021년 6월 10일 오전 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