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서글한 디자인>
“모든 것이 디자인은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은 모든 것과 관련 있다.”
— 디자인으로 세상을 배웁니다.
*봐야 안다.
지난주 <스트릿걸즈파이터>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지난해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였던 <스트릿우먼파이터>를 다시 찾아 보게 됐습니다. 손을 에리는 이 추운 겨울에도 그때의 뜨거웠던 열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 생생히 느껴졌습니다. 댄서라고 하면 그저 “백댄서”라고만 생각해 왔던 저를 또다시 반성하게 합니다. 외모가 조금 모자라서, 노래를 못 불러서, 혹 스타성이 부족하지만 무대에 서고 싶은 사람들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백댄서가 아닐까 하는 “어설픈 오해”를 “이해”라 생각했던 것에 몸서리를 치면서 말입니다.
연예인도, 가수도 아닌 “댄서” 아니면 안되는 직업에 대한 확고한 정체성과 커리어에 대한 긍지와 합당한 실력을 보여줌으로써 “프로페셔널”과 “리스펙”에 대해 또 한 수 배우며 자세를 가다듬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그램을 보며 한 회 한 회 펑펑 울면서 시청을 했습니다. 특히 <메가크루> 과제에서 댄서들의 고생과 면면을 다시 보며 제 업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됩니다.
내가 보지 않으면, 내가 경험하지 않으면 어떤 것에 대해 인정하고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지요. 우리 직장에서도 그런 게 많은 것 같습니다.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바이올린이나 비올라나 비슷해 보이고 사과농사나 감농사가 별 차이 없을 것 같이 보여 속단하게 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
특히 창의영역에서 전문성이 특화된 분야에서 디테일 차이에 대한 이해도 레벨의 격차가 큰 이유가 그런 것 같습니다. 일반 기업에서 디자인팀은 섬처럼 보일 수가 있습니다. 디자인을 경영전략과 혁신의 수단으로 삼는 대기업 중 많게는 전체 인원의 10%까지도 디자인 인력을 확보할 만큼 중요도에 따른 조직체계가 있기는 합니다만 대부분 일반적으로 사무직군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인력 구성의 1%에도 채 충족하지 못하는 소수의 디자인팀은 더욱 섬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사무직군 사이에는 일하는 매커니즘이 어느정도 상상이 돼는데 도대체 디자인팀은 도통 어떻게 일하는지, 어떻게 결과를 도출하는지, 자기의 업무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음에도 **자세히 보려고도 안하고 관심도 없으니** 상상도 안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공부가 필요한데 대신 “젠체”하기 쉽고 숟가락 얹기 쉬운 것으로 악용하여 회사의 이익과 프로젝의 성공을 위하기 보다 자신이 “트랜디”하다거나 “스마트”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용도로 평소 디자인에 대해 전혀 생각도 안하다가 디자인 의사결정 자리에서는 씨니컬해 보이면서도 그럴듯한 말 한 마디 얹으려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경우가 매우 많은 게 현실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인하우스 디자인팀은 댄서, 운동선수, 아티스트, IT개발자, 과학자, 셰프와 같이 오랜 기간 감각은 물론 기술적 “연마”가 필수적이며 “내 분야의 탑”이라는 직업 정체성을 목숨같이 여기는데 아무래도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디자인 프로세스를 외주 전문 디자인 에이전시 보다 단축하는 퍼포먼스을 내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기까지 합니다.
디자인은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략적이며 비즈니스 분석이 필수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통해 개발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어떻게 일을 합니까 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늘 이렇게 대답합니다.
- 디자이너는
- “디자인도” 하는 사람들입니다,
- 라고요.
비즈니스 분석 및 전략 수립과 기획을 하는 데에 더 나아가 그것을 비주얼로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디자인은 곧 사업의 본질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영철학과 사업의 본질이 디자인을 통해 고객들에게 경험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감히 단언컨대, 다른 사무직군이 단기간 연마해서 지금 여러분이 그저 그렇다고 쉽게 속단하는 여러분 회사의 디자이너처럼 결과를 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한달 빡세게 일하면 웬만한 사무직군 업무는 적응하고 해냅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상식적 논리 안에서 일반적인 사무적 업무는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에 비해 “비교적”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
기업 인하우스 디자인팀은 디자인을 얼마나 사랑하고 잘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부심”으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 많이 하는 “가성비 직군”으로서 - 디자이너를 갈아 제끼면서, 열정을 담보로 오버타임을 통해 - 기업의 요구에 충실히 이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결과를 도출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관심은 전혀 갖지 않으면서 국수 뽑는 기계마냥 기획자의 머리 속 그림을 “그대로” 디자이너가 “손”이 되어 뽑아 내는 것이
비올라 연주하다 언제든 갑자기 바이올린 연주가능한 것이 당연한 듯, 사과농사 안되면 곧바로 감농사 하면 된다는 것이 쉽다는 듯
“제발 디자이너~”라며 어설픈 오해를 하는데
그러지 말기를 “제발” 부탁 드립니다.
디자이너는 기획자의 손이 아닙니다.
기획자 (머리 속의 한정적인) 이미지를 기획의도라 하며 그대로 그려주길 원한다면 디자인 직군이 아닌 “크몽”에 건당 5만원에 수정사항 3회 제한을 수용하며 맡기거나 알바에게 의뢰하십시오. “기획의도”에 따라 엇비슷하게 그려 줄 것입니다.
결론은 언제나 그렇습니다.
제발 남의 일에 얕보고 어설프게 관여하시는 것을 그만 두시고 자신의 분야에서 자신이 프로페셔널이 되십시오.
자신을 “담금질”하는 것만도 24간이 모자랍니다.
사심없이 협업하고 리스펙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