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어를 디자인하는 능력 ] 1. 흔히 '브랜딩이 잘 되어있는 제품은 마케팅이 필요 없다'고 합니다. 접점과 시점에 따라 논란은 있겠지만 저는 대체로 그 말에 동의합니다. 굳이 내가 가서 말을 걸지 않아도 사람들이 먼저 우리를 궁금해 찾아오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2. 최근의 기조를 본다면 'UX 라이팅이 잘 되어있는 제품은 카피라이팅이 필요 없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객이 프로덕트와 만나는 경로가 극단적으로 줄어든 데다 전통산업에서의 '구매 5단계'라 불리는 법칙도 무너지고 있거든요. 제품 자체를 빠르게 이해하고 그 사용 행위에서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게 훨씬 중요해진 셈입니다. 3. 저는 UX 라이터로서의 가장 큰 자질이 '제품과 소비자를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직관적이고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품을 둘러싼 모든 글과 말들이 하나의 체계를 가지고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4. 무엇보다 UX 라이팅의 영역은 카피라이팅 보다 더 논리적이고 정량적인 분석이 가능합니다. 해당 문구를 적용했을 때의 Before/After가 명확하고, 커뮤니케이션의 오해로 발생한 이탈률,오클릭율 등을 파악하다보면 마이크로카피의 기능성도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좋은 UX 라이팅은 몇 단계의 기능 설계를 과감히 생략하게 하는 매직을 부릴 때도 있습니다. 5. 그렇다고 카피라이팅은 감성, UX 라이팅은 이성의 영역이라고 딱 잘라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마이크로카피는 곧 앱의 페르소나다'라는 킨너렛 이프라(마이크로카피의 저자)의 말처럼 UX 라이팅 역시 하나의 구체화 된 인격을 만들어는 가는 과정이거든요. 사용자들이 우리 제품을 경험하며 스스로 쌓아가는 그 인식의 과정 속에 '언어'라는 매우 큰 요소가 자리 잡게 되는 겁니다. 6. 저는 마케팅에서의 카피 라이팅도 제품의 UX 라이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움직이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제품 속에 녹아들어 기능하는 마이크로카피들이 계속 진화하고 완성도를 갖춰가는 것처럼 카피라이팅의 언어들도 사용자 접점에서 그 페르소나를 먼저 느끼도록 해주는 게 훨 효과적일 테니까요. 7. 최근 실리콘벨리의 서비스들 중에는 제품의 언어들을 몇 가지 타입으로 나누어 사용자가 직접 그 페르소나를 선택할 수 있는 앱도 있다고 합니다. 친근하고 따뜻한 말투로 설명해 주는 대화형 페르소나도 있고, 간결하고 쿨하며 반응이 즉각적인 과감한 페르소나도 존재하는 거죠.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말과 글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짚어주는 대목입니다. 8. 저는 '언어를 디자인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말이 꼭 시각적인 디자인에서만 통용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좋은 언어가 많아지고 그 언어들이 제품 속에서 또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제대로 기능하는 사례가 더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매일 쓰게 되는 앱은 뭐가 다를까? 답은 '카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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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쓰게 되는 앱은 뭐가 다를까? 답은 '카피'에 있다

2022년 1월 19일 오전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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