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낸다’는 건 없어요. 정말로.

요상한 단어들이 귀에 들어옵니다. 동기부여가 말이 안되는 단어라는 얘기는 많이 했었죠. 들을 때마다 정신의 기립근에 자극이 오는 다른 단어는 ’혼낸다‘라는 단어죠. 오늘은 왜 일의 현장에서 ’혼낸다‘라는 단어는 절대 쓰이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제 주장을 펼쳐보겠습니다. 먼저 준비운동으로 번역테스트를 해볼까요. 완전히 다른 맥락에 무언가를 가져다놓으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조선시대에 아이폰을 가져다놓는다는 사고실험으로 ’이것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테스트를 해볼 수 있겠죠. 쉬운 단어로는 번역, 조금 폼잡고 싶다면 ’맥락 비틀기’ 쯤으로 불러보죠. 저는 폼잡는 걸 좋아하니 맥락을 비틀어볼게요. ‘혼낸다’는 단어를 영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나올까요? Kick someone’s ass? 혼내주다에 가깝죠. 의미가 달라요. Scold라는 단어가 있지만 일상적으로 잘 쓰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사적인 위계적인 관계에서 책임을 추궁하다라는 사회적 레파토리 자체가 희미하기 때문으로 보고 있어요. 공적인 위계관계는 존재하고, 필요합니다. 문제를 파악하고 책임을 추궁하거나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코칭 멘토링 리딩 등이 가능하죠. 모두 번역이 가능한 행동이고, 보편적인 사회 레파토리입니다. ‘혼낸다’는 행위는 사적 위계에서만 가능한 레파토리죠. 사실 ‘화를 낸다’에 더 가까워요. 원인을 정확하게 짚지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도, 문제 해결의 심리적 동기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지도 않거든요. 권력의 감정적 퍼포먼스와 리더의 카타르시스에 가깝습니다. 이 쉐퀴 혼쭐을 한번 내주고 나면 국밥 먹은 것처럼 시원하니까요. 그런데 상대에게도 카타르시스 경험이 될까요? 아니면 감정노동일까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을 주어, 반쯤 졸고 있던 정신을 깨우는 행위는, 명확하고 적확한 언어, 온도가 높지만 객관적이고 날카로운 비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범위가 갑자기 업무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 번지면 꼰대질에 싸우자는 말이 되어버리죠.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so what? 어떤 점이 문제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매우 날카롭고 설득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냥 싫어서 화난 것이라면 글쎄요, 들어주는 척 하겠지만 진심으로 동조하지 않을 겁니다. 화 받아주거나 요즘 시장에 안먹히는 얘기 들어주려고 일하는 거 아니잖아요? 온도가 높은 커뮤니케이션 때론 정말 필요합니다. 감정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반대하는 것 아니에요. 다만 날카롭게 짚고 있는 지점이 있어야 할 겁니다. 추상적인 분노는 짜증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겠죠. 공감 안되는데 화내는 리더와 일해본 적 있으신가요? 전 한참 전에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지금 와선 십분 이해되지만, 문제는 팀원들은 회사 투자 매출 생산성 등 큰 그림을 잘 모를거고, 일일이 다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없겠죠. 시야가 넓은 팀원만 있는게 아니니까요. 리더는 헐크여야 하는 것 같아요. 맑은 눈에, 필요하다면 분노가 주는 행동력을 몸에 두르고, 진격할 수 있게 에너지를 뿜는 것이죠. I am always angry! But I never use my power against my team. 일의 현장에서 이제 ’혼낸다‘는 레파토리는 없습니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거에요. 온도가 높은 동시에 매우 날카롭고 핵심을 찌르는 커뮤니케이션, 맑은 눈의 헐크가 먼저 행동하고 보여준다면 우리는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분노의 대상은 문제 그 자체가 되어야 할 겁니다. 허공이나 애꿏은 팀원에게 화내는 사람 말고, 문제에 분노하며 행동하는 사람이 성장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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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9일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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