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소비자의 시대다. 만성적인 공급 부족을 겪던 시대와 다르게 대량 생산이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소비자의 평균적인 삶의 질이 증진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득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이제는 한정된 소비자를 두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경쟁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소비자의 영향력 또한 늘어났다. 하지만 그만큼 소비자들의 혼란과 고민도 깊어졌다. 대형 마트의 올리브유 코너를 가보면 아마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브랜드별로 수많은 올리브유들이 서로 다른 가격표를 달고 진열되어 있다. 경험에 의해 비싼 상품이 더 좋은 상품이라고 추정은 하지만 대체 얼마나 좋은지도 모르고 차이도 알기 어렵다.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시너 세티와 마크 래퍼가 식료품점에서 수행했던 연구는 이 분야에서 유명하다. 두 사람은 시식코너에 24종류의 잼과 6종류의 잼을 진열했을 때,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을 확인했다. 그 결과 6종류의 잼을 진열할 땐 시식한 사람의 30%가 잼을 샀지만, 24종류일 때 잼을 산 사람은 3%에 불과했다. 선택의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선택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이런 결정의 어려움은 선택지 간 차이가 뚜렷하지 않거나 매력적인 선택지가 많을수록 두드러진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은 일반적으로 소비자의 효용 증가를 의미한다. 하지만 선택지가 너무 많아질 경우엔 반대로 효용이 감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선택을 내리지 않는 선택’을 내리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 장애에 빠질 경우, 그만큼 돈을 아끼게 되니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가령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결정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이 집 저 집 둘러보는 집이 늘어나면 완전히 딱 마음에 드는 곳은 없는데 선택지만 계속 늘어나게 된다. 이 많은 후보군 중에서 어디를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이 그나마 나은 집을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선택을 내려야 한다면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이 좋다. 선택의 기준을 단순화하고 가짓수도 크게 늘리지 않는 것이다.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을 보류하는 경우 대체로 손실이나 문제를 더욱 키우게 될 뿐이라는 점을 유념하자. 기업 입장에서는 어떨까? 제품군을 너무 다양화하거나 옵션 또는 등급을 세분화할 경우 오히려 소비자들을 혼란케 해 구매 의사 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소비재 기업인 애플이 제품군별로 두세 가지 사양의 제품만 내놓는 방식을 고집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소비자는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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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3일 오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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